국내 최초 ‘인성교육 특성화 중학교’ 개교
열정·애정·시선으로 일궈낸 신뢰와 경쟁력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안녕하세요, 교무님! 촬영하러 오셨어요? 저 인터뷰 잘해요!”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들이 낯선 어른(기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취재를 온 것임을 짐작했을까.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말을 붙인다. 아이들의 말간 얼굴과 건네오는 말에 담긴 화기(和氣)가 마음에 닿는다.

전국 최초의 인성중심 특성화 중학교로 출발한 영광 성지송학중학교(이하 성지송학중)이 추구하는 교육의 결과물을 미리 만난 듯하다.

‘열정과 애정으로 지은 우리 집’
하승균 성지송학중학교장은 성지송학중의 개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원불교 대안학교가 앞서 3개가 운영 중이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활동으로 교육부가 원불교의 교육적 역량을 좋게 보고 대안형 중학교의 개교를 허가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렇게 대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전국 최초의 인성중심 특성화 중학교 ‘성지송학중학교’는 개교했다.

학교 역사를 꿰고 있는 교직원들은 그간의 일을 “우리 학교는 애정과 열정으로 일궈낸 우리 집”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학교는 세워졌지만, 환경 보수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1호였던 만큼 전에 없던 것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던 시절. 황성자 행정실장은 “학교 입구 ‘성지송학중학교’ 표석은 딸이 글짓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그 내용을 새기려 했던 돌”이라며 “그걸 학교로 가져와 꾸몄다”는 말로 학교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외에도 교직원들이 전하는 개교 당시 함께 조경수를 희사받으러 간 일, 함께 조경수를 심고 꾸민 일,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교육 프로그램 회의 등의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에 학교와 학생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가르치는 모든 것이 ‘인성교육’
성지송학중의 성장 배경에는 이러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따듯한 시선’이 있다. 강민구 연구부장이 ‘99개의 유리창’ 이야기를 꺼낸다. 개교 후 첫 졸업식 전날 밤, 졸업생들이 본관 유리창을 모조리 깨트렸다. ‘당장 내일 외빈·학부모가 오는 상황에 어떻게 하나.’ 걱정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 당시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청소를 참 잘한다. 이렇게 창을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 연구부장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며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감상이 들었고, 아이들을 보는 시선을 달리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지송학중은 교직원의 열정과 애정에 따듯한 시선이 더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경쟁력 있는 대안중학교로 성장했다. 

단순히 열정·애정·시선만으로 일궈낸 결과는 아니다. 대안학교 최초로 개설된 ‘해외이동수업’ 프로그램은 성지송학중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교실을 현장으로 옮긴다’는 개념의 해외이동수업은 백두산에 올라 화산석을 공부하고(과학), 윤동주 생가 앞에서 시를 짓고(국어), 광개토대왕릉비에서 고구려 역사를 배운다. 또 환경에도 일찍이 관심을 가져 산림청과 ‘학교 숲 사업’에 이어, 지금은 ‘탄소중립 선도학교’로 선정돼 생태환경 교육을 진행한다. 강 연구부장은 “이 모든 것과 학생별 맞춤형 교육이 하나로 ‘인성교육’ 과정”이라며 “마음공부와 환경교육, 교과수업, 기숙사 생활지도 등 모든 게 뭉쳐져 ‘인성교육’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믿음으로 함께하는 ‘숨은 교직원’
대안학교는 그 규모도 작은데다 교직원 수도 일반계 학교와 비교하면 적다. 교직원이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기숙사에서 생활을 지도하고 다양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어려움도 따를 터. 하 교장은 이에 대해 “우리 학교는 ‘관계’가 좋다”며 “아이들 사이의 관계, 아이들과 교직원의 관계, 교직원과 학부모의 관계와 문화가 다른 학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성지송학중은 교육과정에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아이들은 마음공부와 연극, 버스킹 등으로 타인과의 협력과 배려심을 키운다. 그야말로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인 셈이다.

하 교장은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하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숨은 교직원)을 해주겠다고 먼저 나서준다”고 자랑했다. 

이런 전통 속에서 성지송학중은 학생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졸업생을 둔 가정의 추천으로 오는 학생, 형제자매나 사촌 형제, 친인척 관계의 학생들이 이어지고 있다. 졸업한 학생들은 친정을 찾듯 언제라도 들르는 ‘고향 같은 학교’로 여긴다. 물론 코로나19 기간에는 해외이동수업, 전가족 그린캠프, 깔깔대소회 등 학교 구성원(학생·교직원·학부모)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성지송학중은 다시 ‘멍석’을 깔아 학부모와 교직원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전통을 되살리고자 한다. 
 

“우리학교 자랑 꼭 전해주세요”
이날 쉬는 시간에 마음행복방(마음공부교실)에 이대진 교무(영산성지고법당)과 차담을 위해 찾아온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숙학교여서 스스로 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학생 수가 적어 선후배 사이가 형제같이 돈독하다”(이헌준, 2학년).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애정을 갖고 돌봐주는 게 느껴진다”(김유신, 1학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있다. 저는 목공동아리인데 무언가 만들고 기부하며 느끼는 기쁨이 있다”(이승훈, 3학년).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 학교가 좋다’고 설명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웃음이 가득이다.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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