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13개 ‘소멸위험진입’단계
출산장려·일자리 창출 등 지방소멸 대응책 절실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소멸’은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이다. 인구감소와 저출산이라는 화두가 전국을 강타한 지 수년째. 우리 사회는 이제 지방의 소멸을 염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여성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20.1%(520만명)이다. UN의 기준으로 보면 이미 여성인구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인구분포에서 고령자가 많아지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역피라미드 구조의 시대를 종교계와 지역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2006년 마스다 히로야라는 연구자가 쓴 <마스다 보고서>에서 유래한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20년 후 일본의 인구가 줄어 지자체의 반수가 소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이 보고서에서 사용된 계산법을 한국에 대입했을 때, 한국 역시 20년 뒤 지자체의 절반이 소멸될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안겼다.

전라북도 역시 이런 지자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 소멸위험지역 진입 원인 및 대응’에서는 전북의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2020년 주의 단계에서 소멸위험진입 단계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의 14개 시·군 중에서 전주시를 제외한 13곳 모두 소멸위험진입 단계에 포함됐다. 

이에 더해 위험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인구 유출’이다. 전북의 20~39세 청년인구들이 일자리와 학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면서 2010년 37만7753명이었던 청년인구는 2022년 30만1226명으로, 7만6527명이 줄었다. 10년 새 전북에서 청년들이 남원시의 인구수(2023년 8월 주민등록통계)만큼 떠난 것이다.
 

8월 28일에 열린 지방소멸 대응 워크숍.
8월 28일에 열린 지방소멸 대응 워크숍.

이러한 통계들은 종교계로 하여금 두 손을 걷어붙이게 한다. 원불교 교정원 교화훈련부는 원기107~109년 교정정책으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주제 삼아 다양한 세미나, 워크숍을 열어 각계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8월 28일 열린 지방소멸 대응 워크숍에서는 ‘지방소멸의 본질과 전망: 화해와 도전’을 주제로 원도연 교수(원광대학교)가 지방소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원 교수는 “<마스다 보고서>의 내용이 실현된 것은 9.7%뿐”이라며 지역사회와 종교가 함께하는‘내생적 발전’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지역사회의 가치와 잠재력을 찾아 끌어내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힘을 모으는 역할은 종교가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천과 실용에 관점을 두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작은 공동체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활로를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종교 사례도 살펴보자. 개신교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대책을 다양한 방면으로 펼치고 있다. 기독교계가 가장 앞서 나선 것은 ‘출산운동’이다. 
 

‘지방소멸’ 해답, 종교가 찾을 수 있어

자녀돌봄·청년 생태계·대사회적 의제에 주목

세계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김상복 목사·전용태 장로)는 2018년부터 한국 교회를 대상으로 저출산극복캠페인을 시작했고, 여기에 CBS기독교방송, CTS기독교TV가 동참했다. 지난 4월 17~19일 CBS가 주최한 ‘대한민국 출산돌봄 컨퍼런스’에 모인 1천여 목회자들은 “교회가 앞장서 출산율을 견인하고, 교회의 유휴공간과 인력을 적극 활용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자”는 다짐을 선언했다. 또 8월 28일에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가 정치권을 향해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제안’ 추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독교계 출산 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당진동일교회(목사 이수훈)은 20년 전부터 돌봄사역을 펼쳐 출산 장려 운동을 일으켰다. 그 결과 2020년 당진시 초등생 중 12.4%가 해당 교회 소속일 정도로 출산율을 높였다. 이 목사는 “지금은 매일 500명을 돌본다. 아이들이 교회에 모여 신나게 놀고, 교과 공부, 악기도 배운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집에 가면 부모가 먼저 퇴근해서 아이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한 아이를 잘 돌봐서 부모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면 둘째, 셋째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과 로컬크리에이터(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 육성에 나선 안양 새중앙교회(목사 황덕영)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새중앙교회는 창업기업 전용 공용업무공간인 ‘새중앙어번데일로컬센터(센터장 윤은성 목사)를 조성했다. “청년들이 구직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게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이라고 짚은 윤은성 센터장은 “청년들이 머물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교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교에는 조계종 총무원 핵심종책 사업을 전담하는 미래본부가 있다. 미래본부는 7월 20일 ‘종단발전과 교구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연찬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덕문 스님(화엄사)는 “본사주지 개인 역량으로는 지방소멸과 탈종교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며 “종단차원 장기 계획 수립과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SWOT(강·약점, 기회·위협) 분석을 통해 한국불교의 장점과 약점을 짚어냈다. 장점은 높은 인지도와 풍부한 문화재, 수행과 신앙의 중심가치 보존 등이고, 약점은 디지털 전환과 본사 종무행정 역량 미흡,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재, 산중의 위치, 사회적 기여도 약화 등으로 분석했다. 

이런 분석에 더해 덕문 스님은 현재 화엄사에서 펼치고 있는 지역사회 연계프로그램(모내기·벼베기 행사·시민단체와 공론·지역사회 중재자 역할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사진 콘테스트·영화제·요가대회 등)도 소개했다. 덕문 스님은 “교구본사가 제대로된 정책을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게 종단 차원의 행정적 뒷받침과 광역 도시별 연합활동을 통한 대사회적 의제에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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