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우리는 하얀 밀가루로 가득 찬 백설공주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라면, 각종 국수 종류와 빵, 과자들이 가장 편하게 손 닿는 곳에 있다. 이것들을 먹지 않고 살라면 하루도 살기 어려운 분이 많을 것이다. 밀가루 음식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밀가루 음식은 현대인의 많은 만성병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빵을 주식으로 했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밀을 많이 먹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밀 재배량도 적었다. 그런데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원조물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면과 빵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하얀 밀가루’에서 문제는 ‘밀’이 아니라 그 전후에 붙는 단어다. 통밀을 벌레가 생기지 않게 멀리 수송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루’로 빻아 썩지 않도록 첨가제를 넣는다. 표백제를 넣어 하얀색도 입힌다. 이러한 밀가루이니 위장에 들어오면 소화가 안 된다. 부패와 소화는 비슷한 화학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위, 소장, 대장 등 소화기계에 만성 질병을 갖고 있다면 바로 밀가루 음식부터 줄여야 한다.

완전 소화가 안 된 독성 물질들이 많아지고 그것들이 제대로 몸 밖으로 배출이 안 되면, 피부를 통해 긴급히 내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화폐상 습진, 아토피 등 난치 피부병들은 대체로 밀가루를 먹으면 심해진다. 피부병으로 고통을 겪는 환우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밀가루와 관련된 경험들이 수없이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 

독성 물질들이 몸에 쌓여 감당이 안 되면 면역체계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비염과 같은 알러지 질환, 류머티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의 원인으로도 밀가루를 의심해 봐야 한다. 밀가루 음식을 줄여서 몸에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자가 치료작업은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의사가 방향을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환자가 스스로 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만성병은 스스로 치료해야만 낫는다. 의사는 그 길에 함께 할 뿐이다.

/김종열한의원장ㆍ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3년 9월 1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