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해바라기 마을 방송입니다. 
1. 드디어 진전(참밭) 마을 노래가 나왔습니다. 장하열·최용정 작사, 최용정 작곡으로 완성했습니다. 이 노래를 8월 30일 5시 마을회관에서 첫 발표합니다. 모두 참석하시어 ‘해바라기 핀 행복한 진전마을’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겠습니다.
2. 우리 마을 유공자인 주만조 씨의 제사를 묘소 앞에서 함께 지냅니다. 본인의 논 600평을 마을에 희사한 그는 우리 마을의 유공자입니다. 묘소에서 제사 지내는 의식을 8월 30일 4시에 하겠습니다. 
3. 2023년도 해바라기 함박웃음 축제를 하기 위해 군 당국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또 도로 가 논 주인들의 배려로 타 작물을 심지 않고,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며 동네 어귀마다 해바라기로 장식해 그 꽃이 춤추는 경관을 보이도록 함께 준비합시다.
4. 이번 주 (9월) 9~10일 마을의 정을 느끼고자 우리 마을에 살던 모보양 님이 가족들과 고향을 찾아올 예정입니다. 주민 모두가 환영하며 만남의 기쁨을 나눕시다.

 

마을 유공자의 봉사정신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
마을 유공자의 봉사정신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다.

마을 유공인의 제사
옛날 진전마을에는 동네를 위해 희생정신으로 살아온 봉사자가 있다. 주만조 씨다. 그는 진전마을에 살면서 마을의 궂은일이 생기면 도맡아 처리하면서 오직 봉사 정신으로 살았다. 그는 근면하여 아침저녁으로 개똥을 주워 비료로 썼다. 그가 개똥논(개똥을 넣어 기름진 논)으로 농작한 논은 600평 정도다. 그는 그 논을 평생 경작하며 아쉽지 않게 살다가 말년에 논 일체를 마을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마을 공동체 활동에 앞장서 온 주 씨가 후사 없이 열반에 이르게 됨을 안타깝게 여겼다. 주 씨가 제사를 받기 어려운 형편임에 마을 사람들은 그의 생시에 이룬 봉사 정신을 되새기며 길이 유지하기 위해 매년 백중날(음 7.15) 마을에서 제사 의식을 진행한다.

마을 과제 중 하나인 ‘공동체 의식’, 개인 이기주의에 빠져 이런 의식이 부족한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주만조 선진은 큰 귀감이 된다. 그가 기부한 논은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이 함께 경작하고 있다. 거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는 동네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최용정 교무와 함께 마을 노래를 불렀다.
최용정 교무와 함께 마을 노래를 불렀다.

눈물로 찍어낸 오선지와 마을찬가

진전마을에는 지극한 효심을 실천한 절강 선조의 정신이 마을 기저의 혼을 이루고 있다(본지 2132호 참조). 이를 살려내지 못하면 얼빠진 동네가 될 것이며, 아무런 기백이 없을 것임은 자명했다. 그렇게 ‘마을의 혼을 살려내자’는 마을주민의 염원을 담아 마을 노래를 짓게 됐다. 가수인 최용정 교무를 초대해 함께 마을을 몇 바퀴 돌면서 노랫말을 지었다.

마을 뒷산 봉우리를 보다가 구름이 걷히며 해가 떠서 양지 바른 마을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이를 ‘붉은 태양 온통 쏟아 진전(참밭) 마을이 일구어진 것’으로 상징화해 적었다. 또 마을 앞뜰에는 장남 제방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있는데, 덕분에 농사지으며 풍년 가락을 읊으며 살아 올 수 있었음을 가사에 담았다. 마을 언저리에서 300년 이상 마을을 지켜온 보호수를 보면서도 노랫말을 만들었다. 최 교무와 나는 이것을 각기 가지고 가서 정리하기로 하고, 새벽 2시쯤 일어나 통화를 했다. 한 사람은 작사한 내용을 다듬고, 한 사람은 작사한 내용을 가지고 작곡하면서 함께 울었다.

노래가 완성되고 우리 마을 모경환 님을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최용정 교무의 지도로 마을 노래를 불렀다. 이지숙 장수지역활력센터장도 함께해 마을만들기(사업)의 기초를 다지는 데 활력을 보탰다.
 

게이트볼과 우리네 인생사
귀촌해 농촌지역에 다양한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을 보며 놀랐다. 정구, 탁구, 게이트볼, 당구 등 다양한 구기 종목 가운데 노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은 게이트볼이다. 내가 게이트볼을 시작한 지는 1년 반쯤 됐다. 매일 한두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기초단계는 넘어섰다. 

매사를 일심으로 갖다 대지 않으면 실패한다. 게이트볼 운동은 흡사 ‘인생사 게임’ 같다. 게이트볼은 1번 게이트(문)에서 3번 게이트(문)까지 통과해야 완결된다. 1번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의 2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다. 3번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인생의 각주기마다 겪어야 할 발달과업과도 비슷하다. 아동·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 등 주기마다 과업을 잘 이뤄나간 인생을 성공적인 삶이라고 한다. 게이트볼도 번호가 새겨진 공을 가지고 선수가 된 이상, 그 팀에서 타 선수와 팀워크를 이루며 각 관문(게이트)를 거치며 시합에 임해야 한다. 

장수군에는 일곱 개 면이 있다. 이번에 내가 사는 산서면이 경기를 주관했는데 나도 D조 선수로 뛰게 됐다. 하지만 시작할 때 우리 팀이 우승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인생사도 종착역에 가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듯이.
 

게이트볼 경기 모습.
게이트볼 경기 모습.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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