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교무
김성현 교무

[원불교신문=김성현 교무] 지난해 1월 중순, 안암교당에 발령받은 지 한 달이 갓 지난 때의 이야기다. 고려대학교 원불교 학생회(이하 고원회)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이제 고원회는 문을 닫게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사정을 들어봤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신규 회원이 들어오지 않았고, 회장인 본인도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뒤를 이어 회장을 할 사람도 없어 동아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나는 발령 받은 지 두 달 만에 영문도 모른 채 창립 48년이 넘은 원불교 동아리의 문을 닫을 상황에 마주쳤다.

회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학생들을 만나면서 야외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코로나19로 인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포스터를 잔뜩 붙이는 것은 어떤가요?” 하자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효과가 없습니다”라고 한다. “법회를 보는 것은 가능한가요?” 하니 “일단 지금은 외부인의 동아리방 출입 자체가 제한됩니다” 란다.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회장에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도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고원회 발전을 위한 특별기도가 시작됐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아 정성스레 법신불 사은님께 올릴 기도문을 썼고, 매일 밤 고원회를 살려달라는 간절한 특별기도를 했다. 그렇게 특별기도를 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정말 신기하게도 회장직을 맡겠다는 학생이 나타났다. 후원금을 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렇게 고원회는 동아리 퇴출의 위기에서 살아났다. 나는 기도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후로도 나는 방학마다 고원회 발전을 위한 특별기도를 올렸다. 특별기도를 올리고 난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렇게 코로나19의 끝물을 잘 버텨냈고, 지금은 출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영산으로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종로지구 청년들과 함께 강원교구 우인훈련원으로 여름정기훈련도 다녀왔다.

교무로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를 마주하면 그때 그 절박했던 기도를 떠올린다. 문을 닫을 위기에서 고원회를 살려준 것은 바로 ‘기도’였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리면, 천지는 반드시 감응한다. 고원회뿐만 아니라 나의 어려움, 교당의 어려움, 교단의 어려움, 나아가 나라의 어려움도 ‘사심 없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믿는다. 본래의 성품 자리에서 우리와 천지는 하나이니까. 

/안암교당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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