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교무
송상진 교무

[원불교신문=송상진 교무] 최근 미주선학대학원 원불교학과 여름 정기훈련 중 한 훈련생이 법당 밖에 쭈그리고 앉아 슬픔에 젖어 있었다. 나는 옆에 앉아 괜찮냐고 물어봤다. 몇 년 전 오늘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인데 자꾸 그립고 슬픈 감정이 계속 치밀어 오른단다. 우리는 석양을 함께 바라보며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그저 함께 했다.

다음 날 아침, 식당으로 가다가 그녀를 마주쳤다.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상진 교무님. 사실 어제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 못 한 것이 있어요. 제 마음을 많이 요란하게 한 일이 있었어요”라고 한다. “제가 어제 법당 앞에 앉아 있을 때, 두 사람이 염려하며 제 옆에 앉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위로를 한다면서 허락도 없이 제 머리를 만졌어요. 위로는 고사하고 매우 불쾌하고 오히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어요.” 

난 그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그분들이 제 허락 없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때 나도 모르게 당황스럽고 속으로 수치심이 일었어요. 그분들이 나쁜 의도로 한 것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분들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 

그녀가 이어서 한 말과 행동들은 마음공부의 힘을 진심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흑인 친구들 몇몇과 상의도 했고 이 문제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정리해 봤다고 한다. 그녀는 저녁 그룹 세션에서, 흑인의 머리카락을 허락 없이 만지는 것이 왜 모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차별이 되는지, 다른 인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무감각함과 개인의 존중 부족이 되는지 전체 그룹에게도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고 기회를 요청했다.
하루종일, 그녀가 혼자 앉아 원불교 <정전>을 참고하며 저녁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내용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저녁 모임 시간에, 우리 모두는 원형으로 앉았고 그녀는 자신의 순서가 되자 마이크를 잡고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잘 가르친다’는 것은 
지혜로우면서도 
단순한 반발과 성냄이 아닌
자비로 깨우쳐 주는 것.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 같은 사람에게 있어 매우 민감한 부분에 대해 저는 여러분을 잘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에 흑인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행동은 타인에 대한 다름 또는 이방인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머리카락이 이상하다고 놀리거나,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다르다고 표시해 깊은 모욕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 비록 호기심일지라도 유난하게 머리카락이 우리와 다르고 모양이 특이하다고 분별하는 현상은 흑인과 미의 기준에 대한 아마도 사회적인 고정관념일 것 입니다. 더불어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에 있어 상대방의 동의는 매우 중요합니다. 허락 없이 쉽게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행위는 그 사람이 무시 받거나, 또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훈련생은 나에게 원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인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자’는 기치에서 ‘잘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혜로우면서도 단순한 반발과 성냄이 아닌 자비로 깨우쳐 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줬다. 그녀는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흔하게 실수를 한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문화적 배경을 가르쳐 주는 데 진심이었다. 

내가 나중에 “오늘 저녁에 용기를 내서 여러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녀는 곧바로 답했다. “여기 훈련에 참석한 분들이 혹시라도 다른 흑인에게 실수 하는 걸 제가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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