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9월 7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 여름철 기후분석’에 의하면 “(이번 여름은) 폭염·열대야·강수량·습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찜통더위였다”고 한다. 전국 평균 기온이 1℃ 이상 높았고, 장마철 평균 강수량도 291.2㎜ 더 많았다. 폭염일수는 14일이었고,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8일이나 늘었다. 기상청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보다 평균 최저기온과 습도가 더 높은 ‘꿉꿉한’찜통더위였다. 지구촌 전체로도 지난 7월에 이미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이 바뀌었다. 초가을 늦더위도 9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 한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2020년을 기준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가열되는 지구에서 매년 더 뜨거워지는 날씨를 견디며 살아가게 되리라”고 예측한다. 지구촌 공동의 목표였던 ‘STOP 1.5℃’를 이제는 ‘1.5도 너머 기후위기 적응’으로 수정하는 것에 그칠 자조적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얻은 교훈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인간이 멈추니 자연이 살아나는’ 놀라운 복원력을 확인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시대는 치유와 회복을 우선하며 생태윤리로 공존하는 전환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9월, 전국에서 3만5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며 기후행진을 한 이유다. 이는 기후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뜻을 모아 며칠 만에 탈석탄법 제정 국회 청원 5만명 서명을 성공시킨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일 년, 탈석탄법 제정은 아직이고, 그동안 삼척의 신규 석탄발전소 현장에서 뿜어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 가열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구 가열화로 난폭해진 산불과 산사태, 폭우와 태풍으로 집과 도로가 물에 잠기고 무너질 때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 행정기구는 속수무책 우왕좌왕했다. 결국 기후재난 참사에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추가됐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순리에 따라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 취소로 역행했고, 생명의 원천인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가 시작됐다. 기후재난에서 우리를 구해줄 구조대가 보이지 않는다. 

시시각각 우리 일상을 흔드는 기후재난에서 ‘우리를 구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923 글로벌 기후정의행진’을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 헌법> 35조 1항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권리와 의무를 상기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할 ‘우리의 힘’을 모을 때다. 수년에 불과한 직업적 지위와 권력에 눈이 먼 정치와 자리(自利)에 빠져 타해(他害)를 고려치 않는 산업계의 책임 회피로 탄소중립은 커녕 온실가스 감축도 제때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생태부채’는 늘어만 간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구하자. 환경·식량·보건·에너지 등 사회 각 부문의 시급한 생존 위기, 헌법적 권리를 방치하는 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우리의 힘’으로 지구 공동선을 찾는 행동에 나서자. 서로를 돌보며 위기를 희망으로 돌리기 위해 9월 23일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서.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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