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교도
김대은 교도

[원불교신문=김대은 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는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지난 국제연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제연합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가 채 식기도 전에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양분됐고,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데올로기 대립이 첨예하게 이뤄졌던 냉전 시대로 돌입한다. 1980년대 중반 소련이 붕괴되면서 인류 사회는 1991년 냉전체제를 종언하고 탈냉전 시대로 나아가게 된다.

1990년대는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가 열렸다. 재화와 상품,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노동력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활발히 교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는 다문화 사회가 급격하게 부상했고, 문화적으로는 문화상대주의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경제계에서도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의미의 세방화(Glocalization)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으며,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핵심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게 된다.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 시대는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지만, 과거 인류 역사 시대들과 비교할 때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를 열어줬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물결은 새천년을 맞이하며 “하나의 세계”라는 구호 아래 국제 사회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국제 사회는 새천년 정상회의에서 새천년 선언을 공표했다. 그리고 국제연합 주도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수립하며 인류 사회의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대격변의 시대,
교단은
일원주의 세계 건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런데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알카에다에 의해 미국 본토가 공격당한다. 이후 국제 사회는 소위 ‘문명의 충돌’이라 불리며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세계 곳곳에서 그동안 잠재됐던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00년에 세계 정상들과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2001년을 ‘문명 간 대화의 해’로 지정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해 자본주의 시장 체제로 급속히 편입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천명하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 공장의 위상을 확립했고,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최와 함께 중국의 부활을 외치며 마침내 2014년에는 일대일로 대외정책을 추진하며 G2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급부상할 때, 미국과 서방 세계는 2007~2008년에 발발한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에 매우 큰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대혼란을 초래했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행보는 오늘날 미·중 갈등의 프롤로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까. 신냉전 시대라 불리는 미·중 갈등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미국의 셰일 혁명에 의한 에너지 대외정책의 변화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미국은 2018년 최대산유국이 된다). 미국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해 인도, 태평양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신냉전 시대다. 

과거 냉전이 주로 경제 체제 대결 양상이었다면, 현재의 신냉전은 정치 체제 대결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가운데 민주주의와 인권이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단순히 거대 두 국가의 충돌로 신냉전이라 부르기에는 과거와는 다른 면들이 분명히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대격변의 시대, 교단은 일원주의 세계 건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한강교당

[2023년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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