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천 교도
임성천 교도

[원불교신문=임성천 교도] 소중한 인연 법동지들과 함께 정기훈련을 다녀왔다. 어디에서 훈련을 날까 숙고한 끝에 ‘올해는 법위사정이 있으니 다시 마음 챙겨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자’ 해서, 소태산 대종사께서 우리 회상의 기틀을 세운 제법성지를 돌아보고자 하섬해양훈련원에 신청을 했다.

동해에서 서해로 향하는 장거리 여행길,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물 때를 맞춰 열어준 바닷길을 지나 변산 앞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연꽃섬에 올라섰다. 50년 만의 방문이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크게 변함이 없었다. 다른 교당에서 온 도반 백여 명이 함께 하니 더욱 기운이 모아졌고,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됐다. 

훈련원에 상주하는 교무님은 단 한 분. 그 큰 땅을 관리하며 훈련원을 이끌어 가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성직자이자 관리인으로, 때로는 농사꾼도 되었다가 트랙터 기사도 했다가 뱃사공까지. 저 조그만 체구로 어디에서 저런 힘이 생겼을까 신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은 들어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소태산 대종사님과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쁘게 받아들여 몸에 증득하고 생활 속에 풀어내시는 것 같아 우리의 마음에 깊이 다가왔다. 법문 말씀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세상과 하나 되자’는 내용이 중심이 됐다. 
 

그 시절 도보로 힘들게 넘던
고갯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잘 정돈된 도량, 뜨고 지는 해를 담는 일원상, 서해를 품은 만고일월 비, 너른 바위와 소나무 숲길이 섬을 몇 번이나 돌아도 새롭게 반겨주니 절로 시상이 떠오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녁에는 소원등을 하늘에 띄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구인선진님처럼 사무여한의 서원은 못 쓰고, 중생사를 담은 터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도 동풍 따라 맑은 밤하늘에 뜬 등불을 보니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또 해제식 전에 마음을 담은 시(하섬 예찬) 한편을 지어 낭독할 기회가 있어 가슴이 뿌듯했다.

금세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육지로 나서려니 아쉬움에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다시 오리라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는 제법성지 원광선원으로 향했다. 그곳도 오랜만의 방문인데 옛 초가집이 보이지 않아 섭섭했다.  하지만 정성스레 점심을 지어놓고 반겨주시는 교무님과 선원 동지를 만나니 섭섭한 생각은 묻히고 크게 숨 쉬며 일원의 정기를 받았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교리 초안을 잡으신 석두암터를 돌아볼 때는 회상을 열어주신 스승님에 대한 고마움에 저절로 마음 모아 합장하고 고개 숙여 사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광에서 변산을 오가실 때 쉼터가 되었던 종곡유숙터를 들렀다. 올해 법인절에 법문을 주신 이경옥 종사님과 교무님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그 내력을 설명해주셨다. 그 시절 도보로 힘들게 넘던 고갯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다음에는 이곳에서 한번 유숙해보자’는 마음을 먹게된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니 피곤하지만 비워낸 마음은 한결 가볍고 자유롭다. 이번 훈련을 통해 더욱 정진하는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하며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

/포항교당

[2023년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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