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 (여기까지만 읽어도 ‘라떼는 말이야~’가 될 테지만) 정말 우리 시대 ‘추석’은 ‘민족 대명절’이었다. 

‘전국에서 고향을 찾아 나서는 2천만 명의 귀성객 대이동’이라는 앵커의 뉴스를 시작으로 추석 명절 분위기는 고조된다. 가을 추(秋) 저녁 석(夕),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 추석이다. 들판에는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게 영글고, 크고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 그 어떤 명절보다 한가위가 설렜던 것에는 풍성한 추석 음식도 한몫했다.
 

추석 음식의 대표주자가 있다면 나에겐 단연코 송편이다. 깨송편과 콩송편 소를 만들어 식구들이 둘러앉으면, 난 으레 깨송편 쪽. 울퉁불퉁한 콩보다는 깨가 소로 들어가면 송편 만들기가 훨씬 수월했다. 한쪽 솥에서는 모락모락 쪄지는 송편을 참기름 묻혀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낸다. 한소끔 식힌 깨송편의 쫀득쫀득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맛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었다. 세월 흘러, ‘누가 누가 예쁘게 빚나’ 겨루기 장으로, 조카들이 꼬막손으로 빚었던 송편. 그 시절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아련하다. 

추석 명절 하면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 중 하나. 명불허전, 녹두전을 어떻게 빼놓을까. 말려서 잘 보관해준 고사리와 익은 김치의 식감까지 어우러져, 속은 촉촉하고 겉은 파삭하면서 차갑게 식어도 맛있는 녹두전. 이제는 그리운 맛, 엄마 음식이 됐다.

시간은 흘렀고, 시대가 변했다. 더 이상 ‘2천만명의 귀성객 대이동’의 추석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20~50대 이상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 추석 차례를 지낸다는 응답자(43.7%)보다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자(56.4%)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올 추석 집콕한다’는 응답도 10명 중 3명이다.

1년 중 가장 밝은 달이 뜨는 추석, 그 달빛 모두에게 두루 비쳐 잠시나마 위안되기를. 이 마음 담아 한 번 더 새겨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2023년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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