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20년 전, 여대생들의 화장대 상석에는 일본 제품들이 자리했다. 화장을 지우는 리무버, 아침저녁으로 쓰는 클렌징폼, 색조 제품에 브러쉬까지 모두 일본산이었고 품질이 월등히 좋았다. 헤어도 마찬가지. 동네 미용실에서도 일본 책을 보며 원하는 머리를 골랐고, 왁스나 에센스도 순 일본산이었다. 일본 유학 미용사들이 유행을 만들었고, 연예인부터 일반인들이 따라갔다. J-뷰티의 시대였다.

2023년 9월, 서울 명동을 찾은 인도네시아 대학생 바티 마하라니(22) 씨는 한국의 로드샵들을 순례하며 화장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로, 이번엔 관광이나 체험보다 쇼핑에 올인했다.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고 한국식 메이크업도 배웠으며, 가족 친구들 선물까지 챙기느라 매일이 쇼핑이다”고 말하는 이 인니 여대생의 화장품 파우치에는 한국제품이 80%였다.

십수 년 만에 글로벌 뷰티 판도가 바뀌었다. 일본 제품, 더러 유럽의 약국 화장품이 선도하던 국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뷰티 패권을 한국이 잡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스킨, 메이크업, 헤어 제품을 보따리 채 사나르고, 각국의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기술과 트렌드를 배워간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인종과 문화권이 다른 미국과 유럽까지도 한국을 바라본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찾아온, K-뷰티의 두 번째 전성기다.
 

#블랙핑크_메이크업 #BTS_헤어스타일
K-뷰티의 맹위는 명동 거리에 단 1시간만 서 있으면 알 수 있지만, 숫자로 한번 짚어본다. 현재 세계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K-컬처 1위가 바로 뷰티(28.5%)다. 웹툰과 함께(공동 1위) 드라마(28.5%)나 예능(27.6%)에 앞섰다(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K-뷰티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02억달러(약 13조6220억원)으로, 연평균 9.0% 성장세를 이어 나가 2027년에는 139억달러(약18조56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 수출액 10조원을 돌파한 한국화장품은 2021년 기준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가전(86억달러), 의약품(84억달러), 휴대폰(49억달러)를 웃도는 92억달러(10조 5099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1위이자, 세계적으로는 4위다. 전 세계에서 1억명 이상이 K-뷰티 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왜 K-뷰티인가. 많이들 연구해온 그 비결을 기술력과 정보력, K-콘텐츠로 꼽아본다. 먼저 기술력이다. 로션 하나를 만들어도 독특한 원료에 혁신적인 기술이 바탕해있다. 제조 품질 관리 또한 뛰어나 가격 대비 높고 균일한 품질을 자랑한다. 정보력에서는 누구보다도 빠른 통신 기술 및 SNS 적응력이 무기다. K-뷰티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며, 이를 포지셔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에도 적극적이어서, 이 같은 점이 동남아시아나 미국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K-뷰티의 일등 공신은 K-콘텐츠다. ‘블랙핑크 메이크업’, ‘BTS 헤어스타일’, ‘르세라핌 립스틱’ 같은 키워드가 유도한 팬덤의 관심과 구매력이 K-뷰티 소비에 날개를 단 것이다. K-팝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뷰티는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다양하고, 동안 효과가 뛰어난, 10~20대 등 젊은 세대에 맞는 제품을 가졌다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적인 성분이 첨가된 기능성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력·정보력·K-컬처 강점… 세계 3대 뷰티 강국
1억명 사용, 세계에서 배워가는 K-뷰티 기술·트렌드
미국·일본 진출 적기, 이슬람권에서도 환영, 선용 기대

K-뷰티 열기, 다시 어떻게 살릴까
K-뷰티, 물론 과제는 있다. 먼저, 코로나19 전 ‘K-뷰티 빅뱅’이라 불릴 정도로 거셌던 열기를 다시 어떻게 살리는지다. 그간 세계 뷰티 시장은 한국을 모델로 모방과 연구를 거듭해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상태다. 우리로서는 경쟁상대가 많아진 시장을 계속 선도해가는데 모두가 전력을 다하는 이유다. 뷰티업계와 정부 및 지자체들이 온라인 판로에 눈독을 들이며 대거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9월 11일 열린 ‘2023 K포럼’에서 김동균 스페셜원메이커스 대표는 “현지 MZ세대 문화를 반영한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주문했고,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는 “MZ세대 내에서도 공략 대상을 세분화해야 한다”며 연령에 따른 세대 마케팅을 언급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넘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하나의 내수시장으로 공략하자는 의견도 공감을 이끌었다.

미국으로 빠르게 눈 돌린 중소기업의 지혜
그렇다면 우리가 이 K-뷰티의 도약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수출길이 막혔던 코로나19를 우리가 어떻게 넘어섰는지를 짚어보자. 영원한 어장일 것 같았던 중국이 코로나19의 진원지로 꼽히고 혐한령으로 이어지자, 중소회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일본이나 동남아, 미국 등으로 눈을 돌려 타겟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제품을 리뉴얼했다. 그 결과 움직임이 굼떴던 대기업이 울 때, 중소기업은 실적 호재로 웃으며 K-뷰티 위상을 만방에서 드높였다. 국내만이 답이 아니었던 것처럼, 중국만이 답도 아니었다. 든든한 기술력을 어디에 맞춰 어떻게 유연하게 적용하는지가 지금의 세계 3대 뷰티강국 코리아를 만든 것이다. 원불교 역시, 더 넓은 곳으로 눈을 돌려 현지에 맞는 다양한 교화를 그려볼 만하다. 

K-뷰티가 K-컬처에 특히 열광하는 지역을 적극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동남아시아 무슬림 젊은 여성들이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가운데 K-컬처는 이들에게 문화적 돌파구로 인식된다. K-팝, K-관광, K-푸드에 대한 열광을, 뷰티업계는 K-뷰티에까지 연결해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냈다. 이와 관련, 구기연 교수(서울대아시아연구소)는 “이들은 서구 문화엔 기본적으로 반발심과 이질감이 있지만, 한국 문화는 ‘아시아의 것’이라는 동질감을 갖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미 존재하는 호재, 즉 K-컬처의 훈풍에 돛을 단 지혜다.

특히 지금은 K-뷰티가 중국을 넘어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하는 적기로 꼽힌다. 구체적으로는 누구보다도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북미와 일본 MZ세대들의 니즈가 높으며, K-뷰티는 이를 파고들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K-뷰티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는 지역에, 우리 교단의 뷰티 제품을 홍보하거나 교화 소재로 써보는 것은 어떨까. 무릇, 노는 물이 들어올 때 저어야 하는 법이다.

[2023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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