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교무
김성현 교무

[원불교신문=김성현 교무] 지금 고려대학교원불교학생회(이하 고원회)가 사용하는 동아리방(이하 동방)은 무려 43년 정도 된 오래된 동방이다. 1980년대 선배들의 사진 속에 보이는 동방도 자잘한 구성만 다를 뿐 지금과 같다. 그만큼 오래되고 낡았다. 회원들은 “할머니 집 같고 아늑해서 좋다”고 말하지만, 나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지난봄, 가까운 돈암교당의 박성근 교무가 “성현 교무, 동아리방 리모델링을 해보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 과거 경북대학교원불교학생회를 운영할 때 리모델링을 해봤던 경험을 들려주며 “성현 교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희망을 북돋아 줬다. 생전 이런 걸 해본 적은 없었지만, ‘내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하기 힘든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용기를 내 올해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학생들과 셀프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리모델링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새로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벽을 모두 긁개로 벗겨냈고, 오래된 바닥 장판과 내열재, 천장을 모두 뜯어냈다. 매일매일 먼지를 많이 마셨고 옷도 더러워졌다. 고원회 회원들은 “내 집도 이렇게까지 청소 안 한다”면서도 “보람 있고 재밌다”고 말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가릴 것 없이 다들 땀을 뻘뻘 흘리며 물건을 나르고 폐기물을 치웠다. 
 

대학생교화는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전하는 교화의 최전방,
많은 관심과 도움이 있기를.

당초 일주일을 예상했는데, 2주가 넘어서야 겨우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심 없이 일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돕는 이치가 있다고 하던가. 도배업을 하는 교도님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막막하던 도배일을 처리해줬고, 서울교구 청교협 교무 몇몇은 사정을 듣더니 본인들도 없는 가운데 돈을 보태 가난해진 우리 동아리 통장을 채워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되는 궂은일에도 끝까지 함께해준 회원들의 고생이 컸다.

우여곡절 끝에 고원회 동방은 낡고 아늑한 ‘할머니 집’에서 화이트와 우드톤의 세련된 ‘법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새 장판을 깔고, 중고로 장만한 무선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면서 ‘이제 더이상 법당이 발목을 잡아 학생들이 안 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모델링 후 2학기 개강법회를 하고 2주 동안 벌써 2명이 신입회원으로 가입했다. 새로 온 학생들에게 법당을 보여줄 때 예전과 달리 당당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고원회 학생들은 90% 이상이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원불교를 모르던 친구들이다. 그래서 같은 법문도 더 쉽게 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오히려 더 보람되고 각별한 애정이 향한다. 게다가 회원들은 기존에 ‘내가 뭘 알고 있다’는 상(相)이 없어서,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교법을 순수하고 빠르게 배우고 삶 속에서 실천한다. 

대학생교화는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전하는 교화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은 너무나 적다. 고원회는 전통이 오래됐고, 많은 선배가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에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는 동아리방도 없이 활동하는 원불교대학생회들이 많다. 부디 대학생교화에 여러 사람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있기를 바란다.

/안암교당

[2023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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