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원
유혜원

[원불교신문=유혜원 소목장] 전통 목가구를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러 ‘소목장(小木匠)’이라 한다. 소목장이 하는 일의 주재료는 느티나무, 참죽나무, 오동나무, 먹감나무 등 우리 땅에서 자란 나무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성장 속도가 제각기 다르지만, 더디게 자라는 느티나무라면 적어도 100살쯤은 돼야 목재(지름이 40~50㎝가량)으로서 제값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몸집이 된다. 그조차 바로 베어 사용할 수는 없다. 나무가 머금고 있는 물기와 양분을 서서히 건조하며 숙성시키는 데는 대개 7년에서 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야 비로소 가구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건조 숙성하는 과정도 보통 정성이 드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목재로 쓸 나무를 구하는 방법은 동네에서 고사한 목재가 있거나 집이 무너지게 생겨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베어 낼 때를 제외하고 대개 전국 몇몇의 목상들이 나무를 베어다 놓고 소목장들에게 연락해 직거래 한다. 쓸만한 목재인가는 눈 밝기에 따라 사진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최근에 충청도 목상 한 분이 “오동나무가 꽤 들어왔는데 보러 오겠냐”고 연락해 왔다. 마침 지난 겨울부터 오동나무 판재가 1~2 사용량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아 여기저기 전화해 오동나무가 들어오면 연락을 달라는 의뢰를 해 둔 참이다. 단단한 구조재로 써야하는 목재들은 입동이 지난 후 벤 것이라야 관심을 갖게 마련이지만 오동나무는 계절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나무라 다음날 새벽 부지런히 달려갔다. 

길이가 3미터쯤 되는 오동나무 수백 그루 중 절단면의 나이테 동심원을 보고 이 나무가 어떤 토질의 땅에서 자랐을지, 북사면에서 자란 나무인지 남사면에서 자란 나무인지 가늠하며 20그루 구매를 결정했다. 다른 나무들은 통째로 사서 마당에서 3~5년 정도 숙성한 후 판재로 제재하지만 오동나무는 바로 제재할 수 있다. 서너 시간을 들여 한 판 한 판 켜지는 나무판을 지켜보며 ‘내가 사용한 오동나무가 지금까지 몇 그루나 될까?’ 하고 가늠해 봤다. 

일년이면 적어도 10그루(지름 30㎝ 길이 3.6m 기준 1 그루가 100 사이)니까 오동나무만도 200그루는 썼겠구나 싶었다. ‘오동나무 보다는 적게 사용하지만 느티나무, 참죽나무, 먹감나무 외에도 여러 가지 나무들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쓰고 있구나.’ 이렇게 많은 나무로 수많은 가구를 제작하며 매번 수많은 감사를 느끼긴 했지만 그저 마음뿐이었던 차에 몇 년 전 원불교환경연대의 제1기 기후학교 개강을 알리는 공고를 보고 끌리듯 수강신청을 했다. 

덕분에 나는 그간 대충 알고 있었던 지구의 변화 원인과 위기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고, 더불어 이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대안을 배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구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깊은 슬픔과 막중한 무게의 책임감을 느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를 깎는 일로 보내는 소목장으로서는 찔리는 얘기가 너무 많았다. ‘왜 여태 나무 덕으로 살아 왔으면서 그 당처에 보은하는 방법을 생각지도 못했던가’ 하는 자각이 되는 시간이었다. 

곧 나나무 후원을 시작하고 (살아가며) 내가 쓴 나무 만큼은 심고 가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게 됐다. 나이만큼이 아니라 ‘쓴 나무만큼’나무를 심자! 

/원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2023년 9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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