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62상(대전엑스포 상): 지구의 이미지인 원형과 태극의 이미지인 타원의 조화 
대전엑스포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지 불과 5년 만인 1993년에 개최된 대규모 국제행사다. 대전엑스포 주제는 ‘새로운 도약으로의 길’이고, 부제는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이었다. 

엠블럼은 한국 전통 이미지인 태극문양에서 창안했는데, 음과 양이 회전하는 태극문양은 끝없는 발전과 영원성을 상징하며 청색의 원형은 지구의 이미지로서 동서화합과 남북협력으로 이룩될 공존공영의 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결론적으로 대전엑스포도 한국이 일원의 세계임을 만방에 과시한 측면이 강하다. 

한국이 ‘일원의 세계’임은 한빛탑을 통해 제시된 대전엑스포의 주제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한빛탑은 대전엑스포의 상징탑으로서 ‘지혜로운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잇는 한 줄기 빛’을 뜻한다. 그리고 ‘빛·과학·우주’를 모티브로 해 하단부는 첨성대를 의미하는 화강석으로 제작했고, 중앙 부분의 전망대와 상단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다. 중앙의 전망대는 ‘세계는 하나(The World is one)’라는 주제의 완전한 일원상 고리로서 한국이 일원의 국가임을 암시하고 원불교의 지구가족주의(Globalism)를 느끼게 했다. 
 

대전엑스포는 역대 엑스포 중 가장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한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는다. 원활한 행사 진행과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최첨단 정보시스템을 도입·운영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엑스포과학공원으로 계속 활용하고 있다. 

대전엑스포의 성공은 국제화·개방화·과학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하고, 국제사회에 우리의 역량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일원 63상(빅오 상):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만들고 있는 일원상 빅오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19년 만인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3개월, 93일간 여수엑스포가 개최됐다. 원래는 좀 더 규모가 큰 등록박람회로 2010년 엑스포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상하이시에 밀려 실패하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인정박람회로 유치하게 된 것이라 한다. 대전엑스포와 비교하면 대박까진 아니었지만 한국의 땅끝에 가까운 지리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여수엑스포는 해양과 관련된 주제로 석 달 동안 약 800만 명이 관람하며 성공한 박람회로 간주된다. 

대전엑스포는 대전 외곽 지대에서 개최돼 나중에 활용도가 어려웠던 데 반해, 여수엑스포는 원도심 재개발을 겸해 추진됐다. 결과적으로 엑스포 사후 이용면에서 대전 박람회를 완전히 추월한다. 여수엑스포의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은 엑스포 개최 후에 그 위력을 발휘했다.
 

이 엑스포를 기점으로 여수시의 각종 사회간접자본이나 경제 등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사실 여수는 여수엑스포가 개최됐던 밤바다가 먹여살린다고 할 정도로 성공적이다. 그 중심에 빅오(BIG -O)가 있다. 빅오는 커다란 일원상으로,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밤바다를 장식하는 세계 최고의 분수다. 빅오쇼는 워터스크린, 분수, 화염, 레이저, 안개 등을 활용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화려한 멀티미디어 쇼로 살아있는 여수바다를 실감하게 한다.

빅오라는 이름은 바다를 의미하는 Ocean의 첫 글자이자 미래의 시작을 의미하는 0(제로)를 나타낸다고 한다. 바로 일원상 진리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일원 64상(밀레니엄 상): 밀레니엄 맞이 대형 우주 시계추 일원상 
1999년 12월 31일 20세기의 마지막 태양이 작별을 고하는 날, 한반도 최대의 ‘밀레니엄 맞이’ 이벤트가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졌다. 당시 이벤트는 1부 ‘한민족 새 즈믄해 대행진’, 2부 ‘생명의 빛, 불꽃 축제’로 나눠져 불꽃놀이와 퍼레이드, 첨단 디지털 카드섹션 등 우리 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축하 쇼로 펼쳐졌다. 
 

이벤트는 20세기 마지막 햇빛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대형 우주 시계추 횃불대에 점화되면서 막을 올렸다. 행사의 절정은 11시 58분부터 시작된 카운트다운이었다. 카운트다운은 주변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광화문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의 우주 시계추까지 라인로켓을 통해 신호 불꽃이 도달하면서 시작됐다. 높이 36m짜리 대형 시계추가 흔들리며 ‘넷, 셋, 둘, 하나, 2000!’이 외쳐지는 순간 일제히 불꽃이 터지면서 새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렸다. 이때 불꽃으로 ‘2000’을 그리는 호화 쇼가 연출됐고, 이 쇼의 중심에 대형 우주 시계추가 있었다. 

놀라움의 극치는 우주 시계추가 완전한 일원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원불교가 청원한 것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닌데 말 그대로 무위이화로 이뤄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밀레니엄을 시작하는 우주 시계추가 일원상 모양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 원불교의 새로운 역할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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