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 작용하면서 경계에 대해서 연마해 본다. 영어로는 ‘바운더리(Boundary)’ 또는 ‘보더(Border)’로 번역 된다. 흔히 우리는 국경을 ‘보더라인(Border line)’이라고 하고 국경 지역을 ‘보더 랜드(Border land)’라고 번역한다. 내 마음 작용을 보면 ‘요즘 항상 이 지역(경계점)에 살고 있지는 않는가’반성이 된다. 

나의 마음은 중생계와 법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중생계의 경계 속에 안주하고 중생의 삶으로 살아가다가, 스승님을 뵙거나 법문을 접하면 다시 부처의 삶을 살기도 한다. 그 부처의 삶이 반수 이상이 되면 법마상전급이라고 하는데, 항상 국경을 건널 때 삼독심의 군대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결국 정법의 군대가 마군들을 정복하고 백전백승의 경지에 이른 법강항마가 되면 초성위에 오른다고 하신다.

항마위 성인들도 경계가 있을까? 마군을 정복해 초성위에 오른다 하더라도, 이는 중생계에서 법계를 들고 날 때 싸움에서 이긴다는 의미이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출가위는 세계와 법계의 경계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된 경지이고, 대각여래위는 법계보다 중생 제도를 위해서 주로 중생 세계에 머물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소태산 대종사의 경계는 무엇이었을까? 소태산 대종사의 경계는 ‘그대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종경> 부촉품에서 열반을 앞둔 소태산 대종사의 당부 법문 말씀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그대들’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인정, 당부, 염려, 독려, 유감, 섭섭, 걱정, 칭찬, 서약, 예언, 달램, 부촉 등의 감정을 표현한다. 결국 소태산의 가장 큰 경계는 ‘우리들’이었다.

“대종사 열반을 몇 달 앞두시고 자주 대중과 개인에게 부촉하시기를 내가 이제는 깊은 곳으로 수양을 가려 하노니, 만일 내가 없더라도 퇴굴심이 나지 않겠는가 스스로 반성하여 마음을 추어 잡으라...나의 법은 신성 있고 공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 가도록 전하였나니, 법을 받지 못하였다고 후일에 한탄하지 말고, 하루 속히 이 정법을 마음대로 가져다가 그대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라.”(<대종경> 부촉품 4장)

소태산 대종사는 당신의 유일한 경계였던 ‘우리들’을 달래기도 하고 염려도 하셨다. 부처님이 옆에 계시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을 것을 미리 예견하고 신성과 공심을 길러 정법을 받아가라고 부촉한다. 그리고 그 법을 받아 세상의 경계를 넘어 법계에서 수양하고 있는 소태산 대종사의 법신을 만나러 오라고도 부촉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 부촉품 11장에서 자신을 만나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일원의 현묘한 진리를 수행하고 증득하여 진경에 이르러 심안을 얻어 법신불을 보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 반대로 우리들의 경계가 ‘소태산’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현실 경계에 사로잡혀 헤매는 우리 중생들에게 하루 속히 초범 입성의 경지를 넘어 자신을 보러 오라고 한다. 날이 가문 뒤에야 비의 고마움을 알고 성인이 떠난 뒤에야 그 법의 은덕을 세상이 고루 깨닫게 된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주는 천지가 바로 소태산이며, 이 몸을 얻게 해주신 부모가 바로 소태산이요, 나를 살게 해 주는 동포가 바로 소태산이고,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하게 해주는 법률이 바로 소태산이다. 이를 알아 걸음걸음 소태산 대종사를 만나는 심경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3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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