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필통 등을 보자기에 놓고 둘둘 말아서 책가방 대신 사용했던 책보(冊褓). 책을 보자기에 싸는 노하우를 보태자면, 일단 바닥에 잘 펴놓은 보자기에 가장 큰 책이나 공책부터 놓는다. 그런 다음 도시락, 필통 순으로 올려놓고 보자기가 풀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옷핀은 이때 요긴하다. 그렇게 옷핀으로 단단하게 여민 책보의 양쪽 끝부분을 어깨에 대각선으로 메고 학교에 다녔다. 책가방 대신이었던 책보를 어깨가 아닌 허리에 동여매기도 했으니, 이는 나름의 엣지(Edge)랄까.

실상, 나는 책보를 메본 적이 없지만, 연신 ‘달그락’거리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친구와 손을 잡고 신나게 발맞추며 학교에 갔던 기억은, 초등시절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래서일까. ‘검정 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책가방 대신 책보를 들고 다니는 장면은 내심 정겹고 반가웠다. 
 

때로는 어린아이를 감싸는 포대기로, 이불과 베개 등 각종 생활용품의 덮개로, 음식을 위생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상보로, 지금은 선물과 예물 등을 보낼 때 물건을 감싸는 정성 어린 포장으로, 실로 그 용도에 따라 보자기의 쓰임이 무궁무진하다. 

내친김에 보자기의 의미를 더해보자. 우선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실용적이다. 여기에 네모난 것, 둥근 것, 모난 것 등 무엇이든 감쌀 수 있으니, ‘복을 싸서 선물하다’ ‘본연의 것(허물)을 감싸다’라는 뜻이 담겨 ‘배려’와 ‘포용’의 철학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보자기 아트 작품가들의 시선이다.

다양한 색의 보자기와 소품을 매치하면 고품있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랑스의 패션기업 에르메스는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이라는 이름의 스카프를 출시하는 등 한국 보자기에 주목하고 있다. 

K-팝·K-뷰티·한복 등 해외에서 인기인 K 시리즈에 ‘보자기’를 올릴 날도 멀지 않았음이다. 

[2023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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