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웅 교무
김도웅 교무

[원불교신문=김도웅 교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 말을 사촌이 집이나 땅을 산 것을 보고 질투 또는 열등감에 배를 부여 잡으며 부러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또다른 속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을 매입한다는 것은 큰일이었다. 특히 이미 토지를 가진 양반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겠지만, ‘평민이 땅을 샀다’고 하면 그리 좋지 못한 땅을 샀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한 땅에 곡식과 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양질의 거름을 많이 뿌리는 것이다. 그 양질의 거름은 바로 인분이다.

좋은 수확을 위한 양질의 거름인 인분을 땅에 뿌리려고 하면, 그 양을 마련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가족들의 숫자만으로는 당연히 어려우니 사촌에 오촌 친척들까지 동원되어 거름을 마련해야 했다. 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다운 가족 간의 사랑과 은혜인가. 한낱 질투심과 같은 작은 마음이 아니라, 땅을 산 가족의 마음과 하나 되어 정말로 배 아파가며 내 일처럼 행동한 것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근래에 원불교 군종교구는 육군학생군사학교에 ‘원불교 문무대교당’을 신축 봉불했다. 그날은 천의가 감동한 것인지, 비도 거세지 않고 포근하게 내렸다. 그리고 문무대교당 김혜련 교무를 비롯해 원불교 군종교구 전담교무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비를 맞으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각자의 근무지가 있지만, 천일 만일을 모두 뒤로 미루고 은혜롭고 성스러운 봉불식에 힘을 보탠 것이다. 

원불교 군종 전담교무들의 마음은 군교화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했고, 교단 교화의 희망과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먼 곳에서 문무대교당(충북 괴산)까지 와주신 재가출가 교도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환희와 감사가 충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생각나면서 “(함께) 배 아픈 이들이 여기에 다 있네”라는 감상이 들었다. 그렇다. 우리 전 교무님들, 전 교도님들은 이 회상과 교단을 위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다들 신명나게 뛰어다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에서 강에서 들에서 소중한 불연들을 만들고 만나면서 원불교 교화의 희망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교무님들과 군교화의 발전을 위해 늘 음으로 양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던 교도님들의 은혜를 느끼며 절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되는 이유다. 

앞으로도 ‘배 아픈’ 군종교무로서 교단과 회상을 위한 보은자로 거듭나고자 한다.

/군종장교·연무대교당

[2023년 10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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