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부양했으나 부양받지 못하는 ‘마처세대’
빠른 적응력, 기존 종교 유지, 삶 속 종교 비중 낮아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현재 대한민국의 50대를 한마디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마처’다. 이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1960년대 초반에서 1970년대 초에 태어난 50대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을 부양했으나 정작 본인의 노후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불운한 세대다.

1960년대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율(약 860만명)을 차지하며 우리나라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모두 겪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경제가 도약할 때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1990년대에는 IMF 금융위기를 온 몸으로 겪어냈다. 부모부양과 자녀교육의 이중고는 받아냈으나, 스스로의 노후를 대비할 겨를은 없었다.

대한민국 50대, 종교는 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껴안아야할까. 사실 이제까지 50대 혹은 1960년대생을 위한 종교계의 노력은 미비했다. 불교에서는 50대를 포함한 중장년 신도를 ‘집토끼’로 생각해왔음을 반성하고,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시점에서, 불교가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장년 포교를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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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세대교화에 있어 50대들의 특징은 다음의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환경 변화에의 적응이 빠르고 지침을 잘 따른다. 둘째, 기존 종교를 신앙하며 삶에서의 종교 비중이 낮다.  

11월 발간되는 〈한국천주교회 코로나 팬데믹 사목 백서〉에서 50대의 종교적 특징을 볼 수 있다. 매주 미사에 나왔다가 코로나19로 나오지 않게 된 교도의 68.8%가 50대로, 20대 4.4%, 30대 7.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한국사회의 부침을 겪어온 50대들이 적응과 규칙 준수에 빠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0대들의 종교적 특징 중 또 하나는 기존 종교를 신앙한다는 점이다. 한국리서치의 2021년 조사 결과, ‘기존 종교를 계속 믿는다’ 항목에서 40대 56%이던 비율이 50대에서 70%로 크게 상승한다. 또한 종교활동이 본인의 삶에서 중요하다는 응답은 60대에서는 65%인데 반해, 50대에서는 56%에 멈춘다. 요컨대, 50대는 비교도를 새로 교화하기보다는 잠자는 교도를 깨워내는 것이 낫지만, 종교성을 강조하는 방식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한편, 50대 1인가구에도 주목해야한다. 50대는 국내 1인가구 비율로 20대(18.2%)와 30대(16.8%)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일반적으로 20~30대는 취업이나 비혼, 60대 이후는 사별로 인해 1인가구 비율이 높다. 그런데 보통 낮은 50대 1인가구 비율이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16.4%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현상으로, 뚜렷한 원인을 짚지 못하는 상태다. 이 ‘고독한 중년’은 인구구조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 성장잠재력, 복지 수요, 주거 형태, 자살 위험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원인을 통계청은 “일단은 이혼율 증가, 만혼과 비혼 증가, 세종시나 지역 혁신도시로의 직장 이전 등이 영향을 준다고 짐작하고 있다” 정도로 밝혔다. 

혼자 사는 50대를 향한 종교계의 노력도 눈에 띈다. 서울 청호동본당의 소모임 ‘라파엘회’는 40~50대 싱글 신자들이 기혼자와 구분된 모임을 요청해 만든 단체다. 지역민들에게 영화를 상영하고 성당 내 도서관을 만드는 등 문화활동을 이끌며, 특히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종교와 멀어진 냉담 교우를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70~80대 부모를 부양하며 아래로는 20대 캥거루족 자녀들을 여전히 거두고 있는 50대들. 가장 책임감있고 강인한 50대 세대교화는 바로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가족이나 노동, 책임으로부터 한발짝 떨어진 진정한 휴식, 그리고 누구보다도 같은 시대를 살아온 또래들과의 공감어린 대화라면 어떨까. 또한 ‘가장 큰 가족갈등은 50대 아버지와 20대 딸 사이에서 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들은 가족을 희생과 권위로 대하며 참 의미를 잃어버린 경향이 크다. 50대들에게 가족의 은혜와 감사를 깨닫는 기회를 주는 일 역시, 원불교가 잘 할 수 있는 세대교화일 것이다.

[2023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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