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아 기자
김도아 기자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물질개벽의 돌풍이 부는 요즘 시대, ‘우리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신대로 용심법을 배워 자리이타로 모든 것을 선용(善用)하는 마음의 조종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날이 있다.

그날은 아이가 아픈 날이었다. 부랴부랴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아과 예약명단에 아이의 이름을 올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신랑이 “병원에 가서 예약하는 게 아니라 예약하고 병원에 가는 세상이 됐네. 똑 부러지는 세상이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던 나는 문득 ‘부러진다’는 말에 유독 이질감을 느꼈다. 이질감을 갖게 된 이유는 병원에 도착해 아이 치료를 받은 후 주변을 돌아보며 깨달았다. 

할머니 손을 잡고 우리보다 먼저 병원에 와 있던 한 아이가 지친 모습으로 아직 대기 중인 게 보였다.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서툴러 방문 예약을 한 탓이었다. 나는 괜히 새치기 한 기분이 들어 미안해졌다. 그런데 이 병원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 회사가 유료화를 결정했단다. 그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 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이용료가 (겨우) 1000원인데 뭐가 문제야’하는 사람도 있고, ‘이게 곧 의료민영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민심은 어찌됐든 술렁이는 중이다.

선용과 남용의 경계는 일상 속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카페를 비롯해 이제는 옷가게에서도 키오스크(주문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젊은 사람도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 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 글씨와 생소한 메뉴 이름이 빼곡하다. 그마저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요즘은 미리 핸드폰으로 주문하고 찾아가는, 그야말로  ‘똑 부러져 버릴’시대가 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키오스크로 주문하다 포기한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40대까지는 17.3%였으나 50대는 50.5%로 올라갔다. 노인세대만 편리함의 약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증거다.

장애인들 역시 대중편리의 약자일 수 밖에 없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키오스크 정보 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휠체어에 앉아 조작 가능한 키오스크의 비율은 고작 25.6% 밖에 되지 않는다. 

배나 비행기의 조종사들이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난기류, 흐름이 불규칙한 변화라고 한다. 마음의 조종사인 우리 역시 흐름이 불규칙한 변화를 주의해야 한다. 똑 ‘부러지는’ 난파를 피하기 위해서는 ‘똑 부러지는’용심법을 갖추기에 힘써야 한다. 

[2023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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