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불과 9일 만에 4,000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가는 참극을 빚고 있다. 10월 16일 현재까지의 집계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또,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전쟁의 역사는 필히 생명의 살상을 담보로 한다. 특히 전쟁과 무관한 민간인, 곧 어린아이와 여성, 그리고 노약자들의 억울한 희생이 가슴 아프다. 이번 전쟁에서도 하마스의 무자비한 학살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폭격으로, 아비규환의 참혹한 살상의 현장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앞서 2022년 발발해 600여일을 넘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3만명 이상, 러시아 22만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2023년 5월 미국 영국 발표종합).

사실, 전쟁으로 인해 전사하거나 희생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발적 동기를 가지지 않고 있다. 타의에 의해 전장에 나섰거나, 영문을 모른 채 희생된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기에 전쟁은 무고한 살상이 되고, 생명을 희생시켜 욕망을 채우는 위정자의 더러운 전쟁으로 얼룩지기 일쑤다.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역시 피의 잔치를 통해 기회를 엿보는 권력 백정들의 야만성이 포장되지도 않은 채 드러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이라는 꼭두각시가 인류의 유구한 역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고대와 중세를 흘러내린 동서양의 영토 확장을 위한 무자비한 전쟁이 그랬고, 근세의 세계대전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몰아넣어 살상을 영웅시했는가 하면, 현대에 들어와서도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이 영토와 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벌이는 끊임없는 전쟁 도발은 결국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살인행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쟁의 시작은 늘 간단했다. 그게 영토거나 권력이거나 돈이거나 명예이거나 간에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하는 일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곧 뺏기 위한 것이었고 뺏기지 않으려는 반발이 충돌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욕심이 빚은 참극이다. 그리고 전쟁에 직접 참가한 그 누구도 승자는 없다. 여기에 끼어들어 싸우는 자에게는 희생만 강요될 뿐이다. 사람의 목숨을 꼭두각시 삼는 더러운 전쟁의 신은 누구며 무얼 바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뺏기에 몰두하기 보다는 나눔과 양보의 미덕을 실천했다면 이렇게 많은 생명의 무고한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대산종사의 법문을 인용한다. ‘도학만 주장하고 과학을 무시하면 빈궁에 처하기 쉽고, 과학만 주장하고 도학을 무시하면 전쟁의 화구(禍咎)에 빠지기 쉬우니라.’

[2023년 10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