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가정 일구신 어머니의
끈기와 열정, 성실함을
자녀인 우리도 배워야겠다.

조영제 교도
조영제 교도

[원불교신문=조영제 교도] 나의 어머니 신타원 송여상 여사(91)는 1933년 5월 4일 전북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에서 4남 5녀 중 셋째로 태어났고, 17세에 아버지(조명성, 93)와 결혼해 슬하에 5남 3녀를 뒀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외할아버지는 어머니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후 부엌에서 불을 지필 때 부지깽이로 기역 니은 글자를 써보며 한글을 공부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우리 팔 남매를 모두 결혼시키고 나서야 마령면 주민센터 한글반에 다니며 한글을 온전히 배웠다. 그렇게 예순여섯 살에 처음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20여 년 동안 72권의 일기장이 쌓였다. 이런 어머니의 일기는 2011년부터 <진안신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12여 년간 연재 보도 되었다. 이 신문을 본 EBS교육방송에서 어머니를 취재해 ‘장수의 비밀-봉순할매 학교가다’가 방영됐고 이후 어머니의 이야기는 3개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됐다. 

우리는 이렇게 모인 일기와 자녀·손자녀의 편지 등을 편집해 어머니의 일기책을 만들었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라는 제목으로 올해 6월 30일 발간했다. 9월 10일 마령교당에서 열린 출판기념식에는 부모님과 가족, 친지와 주민, 마령교당 교도가족 등 150여 명이 함께했다. 팔 남매의 합창, 며느리들의 막춤 등도 펼쳐져 성황을 이뤘다. 어머니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배우겠다”면서 책 제목인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라는 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 출판기념회를 통해 지역주민과 친지들이 원불교를 접해 보는 계기가 됐고, 어머니의 일기 공부심을 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어머니의 끈기와 열정, 성실함을 자녀인 우리도 배우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어머니는 마령교당 교도회장을 역임한 아버지(조명성)를 연원으로 1971년(원기56)에 원불교와 인연이 닿았다. 구순이 넘은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일요법회에 출석하며 교법생활을 한다. 덕분에 자녀들인 우리도 일원회상과 인연이 닿았다. 팔 남매 중 큰아들인 나는 마령교당 교도회장, 둘째 아들 조정호는 남양주교당 부회장, 셋째아들 조창덕은 송학교당 부회장 및 청운회장, 넷째아들 조세웅은 북일교당 부회장, 둘째 딸 조민주는 천안교당에 다닌다. 부모님의 교법 실천과 가르침 덕에 우리는 자녀 부부 16명, 손주 24명, 증손 18명으로 60여 명의 일원대가족을 이뤘다. 

나는 이번에 어머니의 일기책을 엮고 출판기념회를 진행하면서 장남 역할을 해낸 것 같다. 나는 원불교 교리 중 사은-부모은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외에도 부모님 말씀에 순응하며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가정생활과 37년간의 공직 생활 및 4년간 진안군의원 생활에서 책임을 다해왔다. 

어머니의 일기책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가 우리 자녀들의 가보이자 지역사회 배움의 평생 학습 도서로써 남기를 기대해본다.

/마령교당

[2023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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