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줄도 안 읽은 사람 54.4%, 1년에 7권 읽어
OECD 최하위… 남성, 나이들수록, 저학력일수록 안읽어
33㎡ 면적에 1000권이면 작은도서관 가능, 지자체 지원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마지막으로 새 책을 사본 적이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제목은 무엇이었나.  ‘가을’이라는 단어에 늘 따라붙던 ‘책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어느새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게 된 시대, 우리는 책을 얼마나 읽고 있을까. 

통계청의 ‘독서인구’는 지난 1년 동안 독서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했느냐/안 했느냐’를 조사한 결과로, 책 한 줄이라도 읽은 사람은 독서인구에 포함된다. 

대부분일 것 같은 이 독서인구는 2021년 45.6%를 기록하며 마의 50% 벽을 무너뜨렸다. 2021년에 1년을 통틀어 책 ‘단 한 줄’이라도 읽은 사람은 인구의 절반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이는 10년 전 2013년에 62.4%, 2015년 56.2%, 2017년 54.9%, 2019년 50.6%로 꾸준히 짧아진 막대그래프로 이미 예상돼왔으나, 그래도 50%라는 벽이 무너진 것은 충격이었다. 사실 60%대라는 독서인구 통계는 2000년부터 거의 20년을 지켜온 마지노선이었다. 그 배경에는 세 번의 변곡점이 있다.

2007년 첫 번째 변곡점은 아이폰의 출시다. 이전까지는 전화나 문자를 하는 기기였던 휴대전화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변모했다. 6년 뒤인 2013년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의 스트리밍 기반 영상 플랫폼이 태동했다. 또 6년 후인 2019년,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사람들은 책을 살 돈으로 넷플릭스 멤버십을 유료 결제했다. 스마트폰, 영상플랫폼, 코로나19를 거쳐오며, 독서는 지속적으로 위축됐다.
 

대한민국 독서율 0.8권, 세계 최저
1년에 읽는 책의 권수를 의미하는 1인당 독서 권수는 2000년에는 13.2권, 2004년에는 13.9권이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독서는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2021년 조사 결과,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7.0권으로 기록됐다. 이 통계에는 잡지나 직업 관련 서적, 취미 서적도 포함되니, 실질적으로 문학 등 교양서적을 보는 사람은 훨씬 적다는 의미다.
낮은 독서율은 전지구적 현상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2017년 발표한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결과를 보자.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인 와중에, 대한민국은 0.8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책을 잘 읽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는 것도 독서다’
그럼 누가 책을 읽고 있을까. 우선 남자보다 여자가 더 책을 읽는다. 남자는 42.9%로 여자 48.3%에 못 미친다. 또 나이가 들수록 독서를 하지 않는데, 13~19세는 67.3%지만 60세 이상이 되면 24.6%로 현저히 줄어든다. 또한 고학력자가 독서를 많이 한다. 초졸 이하는 20.7%, 대졸 이상은 63.4%다. 요약하면, 성별로는 여자가 조금 더 많고 어릴수록, 많이 배울수록 책을 많이 읽는다.

이 같은 통계를 나에게 빗대보자. 지금 당장 아무 책이나 꺼내 단 한 줄을 읽어도 독서인구의 상위 50%에 든다. 1년동안 1권을 넘어 한 달 동안 1권을 읽는다면 더욱 상위로 올라간다. 통계만으로 본다면, 독서를 한다는 것은 더 젊은 사고나 고학력의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시대에 ‘독서’의 의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현재 독서는 종이서적을 읽는 것만 포함되는데, 이북(E-Book)은 게임콘텐츠 등과 함께 ‘문화 서비스’로 구분되고 있다.
유튜브가 또 다른 독서, 혹은 다음 세대 독서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는 것도 독서다’라는 질문에 10대 응답자의 19.6%, 20대의 13.5%가 긍정했다.
 

공공도서관 빈자리 채우는 작은도서관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렇다면 도서관 이용률은 어떨까. 
2023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도서관 이용자는 1억7천5백만명으로, 2021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아니지만 다분히 회복세다.

하지만 전국 1,236개인 공공도서관 1관당 인구수는 4만명대로 퍽 부족하다. 이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사립작은도서관, 민간도서관으로 불리는 도서관들이다. 작은도서관의 조건은 전용 33㎡ 이상의 면적에 도서관 자료 1,000권 이상이다. 현재 7,491개가 등록돼 있으며, 지자체나 재단 등에서 수백만원의 도서 구입비 등을 지원받는다. 주로 교회나 주민센터,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비중이 높다. 

작은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것을 넘어 독서문화를 이끌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가 된다. 작은도서관에는 전국 지자체들의 지원도 꾸준한데, 특히 소득이 높고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지자체의 지원이 크다. 광양시, 구리시, 세종시, 화성시, 서울 서초구, 천안시 등이다. 다만 서울시를 비롯  대구광역시, 서울시 영등포구는 올해 예산을 없애는 등 지자체별로 다른 상황이다. 

대산종사는 독서를 특히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대산종사는 열 가지 삼매 중에 독서삼매를 꼽았고, 세계평화사대운동, 수신강요에서도 독서를 언급했다. 독서는 엄선된 글자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수천 년의 지혜를 취하는 위대한 행위다. 

이 가을, 책장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손때를 입히자. ‘보물섬에 있는 해적들의 보물보다 책 안에 더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법’이니까(월트 디즈니).

[2023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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