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의 이력 발판 삼아, 밝고 따뜻한 운영
‘발보아’ 세계대회 휩쓸며 한국 댄서 위상 높여
원화예술단 출신, 잠실교당 3040 클래스 강의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이 제품 신상인데 잘 고르셨네요? 전자렌지에 돌리면 더 맛있어요. 제가 해드릴게요!”

어르신이 구입한 도시락을 직접 데워주는 강윤희 사장(법명 유인, 잠실교당). 노년 고객 이용이 많은 편의점이라 이 정도 서비스는 일상이다. 젊고 밝고 따뜻한 그의 편의점은, 이미 이 동네의 밤과 기분까지 밝힌 지 수년째다.

“3년 정도 월급 받으며 운영하다 올해 3월에 인수받았어요. 사장이 되니 안 팔린 채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나 5~6명 되는 아르바이트생들 관리가 보통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인수받자마자 경쟁 가게가 문을 닫아 나름 호재였습니다. 하하.”
 

도시락과 술이 효자, 비 올 땐 막걸리
편의점 인생 3년이지만 야무지고 탄탄하게 해왔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일하며, 공무도 병원 일도 금요일 오후 4시~6시에 모두 몰아 해결했다. 책임감과 애정을 담아 운영해온 편의점. 여름에는 2만개 가까운 GS25 편의점 중 100곳을 뽑는 프로모션에 선정, 발리도 다녀왔다. 

“1인 가구 덕분에 기본적으로 도시락과 술이 잘 나가요. 판매예측은 계절이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죠. 비 예보가 있으면 막걸리를 선주문하고, 여름엔 얼음컵과 음료를 더 챙겨둬요. 다른 데보다 더 잘 된다고 한다면… 인사 덕분일까요? 제가 꽤 오래 외식업체에서 일했거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 친구들에게도 늘 밝고 따뜻한 인사와 말을 당부하죠.”

말 나온 김에 돌아본 그의 화려한 이력.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5년을 시작으로, 일본계 카페 2년, 학습지 교사 3년, 어린이집 교사 3년을 거쳤다. 서비스업, 교육업으로 지나온 세월은, 돌아보니 감정노동에 나름 단련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억척스럽다며 그의 집안 사정이 어려운 줄 알았지만, 사실 부모님(강보은·최연수 교도)은 소득도 높았고 딸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었다. 그저 ‘내돈내산(내가 돈 벌어 내가 산다)’으로 사는 게 더 보람되고 기뻤을 뿐. 그렇게 한번 꽂히면 초지일관해 내면서 결국 끝장을 보는 것이 바로 그다.
 

함께 춤 추던 남편은 최고의 지지자
“스윙 댄스도 처음부터 내 길이다 싶었어요. 서른한 살 때, 친구 따라간 스윙클럽에서 커플들이 손잡고 돌면서 춤을 추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지체할 것 없이 강습과 소셜(자유롭게 춤추는 클래스)에 참여했죠.”

스윙 댄스 중에서도 재즈 음악 배경의 우아한 발보아(Balboa)에 그는 매료됐다. 굽이 5cm 넘는 신발을 신고 추는 발보아는 50대 현역도 있을 정도로 오래 출 수 있는 장르였다. 낮엔 본업, 저녁엔 댄서로 바쁜 가운데, 그에게는 춤을 함께 추는 남편(최용정 교도)도 생기고, 귀여운 딸 신유도 생겼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계속 춤추고 싶던 마음을 남편이 알아줬어요. 아이가 세 살쯤 되자 주말에 남편이 육아를 맡아줘 춤추러 나갈 수 있었죠. 세계에 아시아 댄서와 한국의 발보아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두근두근 출전한 첫 국제무대는 2017년의 뉴욕대회. 하지만 그는 세미파이널에서 똑 떨어지고 만다. 허나 덕분에 세계 수준에 눈을 뜬 후 캘리포니아, 스톡홀름 등에서 수상하며 ‘코리안 발보아 댄서’로 맹위를 떨친다. 지난 3월 열린 로마 대회에서도 아시아 댄서로는 유일하게 입상했다. 

“이제 도장 깨야 할 세계대회는 프라하와 캠프할리우드 정도예요. 앞으로 10년 정도 보는데, 구두를 못 신는 날까지 춤을 춰야죠.”
 

지난 3월 그는 로마발보아위캔드에서 아시아댄서로 유일하게 입상했다.
지난 3월 그는 로마발보아위캔드에서 아시아댄서로 유일하게 입상했다.

20년 만에 깨어난 춤에 대한 열정
그의 댄스는 특히 손짓과 턴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0~20바퀴는 가뿐히 도는 ‘강윤희 시그니처 턴’의 비결은 한국무용․초등학생 때 참여했던 예술인교당 원화예술단에서 비롯됐다. 

“한국무용을 쌍둥이 동생(강유소 정토)과 함께 배웠는데, 저희가 쌍둥이이다 보니 꼭 양쪽 사이드에 세우더라고요. 잘해서 가운데 서야지, 싶어 열심히 했어요. 결국 센터에 섰을 땐 너무너무 기뻤죠.”

당시 임이조무용단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지만, 아쉽게도 중학교 때 공부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잠들어있던 춤에 대한 열정이, 20년 만에 발보아를 만나 세계를 누비게 하는 동력이 됐다. 대회를 앞두고는 늘 몇 킬로씩 감량해야 하는 데다, 허리디스크, 어깨 회전근 파열로 시술을 받았지만, 앞으로 한국 발보아를 알려야 할 대회들이 계속 있어 그는 턴을 멈출 수 없다.

“원화예술단을 생각하며 교단에 늘 보은하고 싶었는데, 올해 초 잠실교당에서 304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커플 댄스를 제안하셨어요. 최소 8주 과정인데 어떻게든 4주로 욱여넣어 춤추고 영상도 만들었죠.”

그는 강의를 위해 파트너를 찾는 가운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는 댄서에게 ‘원불교에 이런 강의가 있다’고 제안했는데, 알고 보니 그도 이미 교도였던 것. 화들짝 반가워한 윤영삼 교도(법명 영도)는 매주 오산에서 잠실까지 올라와 한 달을 강의해줬다.

낮이면 편의점 사장님, 밤엔 댄서로 변하는 이 특별한 이중생활. 아마도 편의점 사장과 댄서라는 투잡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일 것이다. 

그에게 편의점과 춤의 비중은 반반이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역량껏 해내는 강윤희 사장 겸 댄서. 그의 꽉 찬 하루하루는 마치 꿈과 같이 춤춘다.

[2023년 10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