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습관을 버린 지 일 년째다. 밤새 올라온 SNS 소식과 인터넷 뉴스 확인을 미루고 짧은 심고와 법문사경 15분으로 마음의 힘을 그러모은다. 사고, 재난 등으로 가득한 세상의 뉴스에 온갖 경계가 솟구치지 않도록 심호흡을 하는 예방조치다. 

관심분야를 알아서 선별하고 ‘추천’ 뉴스를 상단에 보여주는 인터넷 뉴스의 ‘친절’ 때문에 예방조치 없이 무심히 핸드폰 화면을 열었다가는 불타는 지구,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 사진으로 가슴 철렁한 아침을 피할 수 없다. 지구촌 공동의 과제라며 기후변화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국제사회가 약속한지 십여 년이 되었지만, 점점 더 나빠지는 상황을 보며 남 탓하는 분노와 무력감도 뒤따른다. 그러나 ‘최후방어선 1.5도 깨졌다’, ‘지옥문을 열었다’로 시작되는 기사를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되기에 ‘슬쩍 피하려는 마음을 돌리는 훈련’으로 여긴다.

15분 일상수행은 원불교환경연대에서 원기105년(2020)부터 매월 15일 저녁마다 진행되는 ‘불을 끄고 마음을 켜는 천지보은 15분 기도’로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던 때였고, 원불교기후행동 등 종교계 기후비상선언이 잇따르던 때였다. ‘각자의 마음에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고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는’ 원불교인의 역할을 꾸준히 모아낼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 지속 가능한 자연, 상생 평화, 하나의 세계를 위한 지구살림 천지보은 실천을 제안했다. 그러나 공감하는 만큼 실천이 지속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꾸준히,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달에 한 번, 우리가 처한 기후위기 상황을 반조하고 지구와 생명을 위한 마음 챙김을 잊지않기위해 15분 기도를 시작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와 기후폭주, 플라스틱 쓰레기, 미세먼지,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지구의 내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구공동체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천지보은 기도문과 기도식순을 만들어 배포했다. 또한 코로나19로 대중화된 줌(ZOOM)과 유튜브를 활용해 국내·외 교당과 가정에서 같은 시간에 온라인으로, 또는 릴레이로 동참하도록 안내했다. 

천지보은 15분 기도는 수행이고 실천이다. 기도를 하는 동안이라도 무념으로 소비하던 불을 끄고(절전) 마음을 켜는(지구공동체를 위한 참회와 약속) ‘행(行)’이 함께 한다. 원기106년(2021)부터는 천지보은 15분 기도로 마련한 기금을 청운숲으로 만드는 나무심기 실천으로 잇고 있다.

15분 기도를 통해 ‘15분이라면’ 지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하루 15분 일상수행 루틴을 시작했다. 지구살림 1분 명상기도로 심고를 하거나 일상수행의 요법을 응용한 초록일상수행의 요법을 만들어 암송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원불인의 기도를 읽고 원불교인의 약속 9가지를 외워보기도 했다. 그리고 원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법문사경 1년 개근 선물로 나무를 후원하기로 한 이후에는 작은 일상수행으로 나무 한 그루 심는다는 목표가 더해져 놓칠 수 없는 일상이 됐다. 키보드로 법문을 따라 쓰고 잠시 묵상하는 시간 15분이 모여 한 그루 나무가 되고, 기후재난에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넘어 지구살림을 지켜갈 마음 밭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하루 15분이면 된다.

/원불교환경연대

[2023년 10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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