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치마와 하이힐을 즐겨 신는 남성, 넥타이와 쓰리피스 정장차림으로 출근길에 나서는 여성. 이는 양성평등이라는 주제로 열린 사생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다. 허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젠더리스’를 검색하면 관련 상품만 1500개 이상, 실제 착용사례는 더욱 많이 발견된다. 이너웨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속옷 전문업체 쌍방울은 “여성용 ‘트렁크’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3% 증가했다”고 알린 바 있다. 

1990년대 붐을 일으켰던 유니섹스 문화를 기억하는가. 유니섹스는 남성용·여성용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고 모두가 입을 수 있는 패션문화였다. 이제는 여기에서 더나아가 ‘젠더 뉴트럴’ 문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니섹스가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지향한다면, 젠더 뉴트럴은 성별을 벗어나 개인의 취향에 집중해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차별과 존중을 넘어선 ‘중립’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젠더뉴트럴 문화는 성 중립화장실, 남성도 들어올 수 있는 수유실 등 MZ세대의 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연극계에도 성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젠더프리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동명원작인 연극 <데미안>의 화초같은 소년 싱클레어의 역할을 맡은 홍나현 배우나,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며 그를 시기했던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 역할을 맡은 차지연 배우는 대표적인 젠더프리 캐스팅 사례다.

젠더 뉴트럴 문화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생성원인을 ‘늘어난 국민소득’이라고 밝혔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고,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던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산 및 증가로 성·소비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종교 중 대표적으로 젠더 뉴트럴 문화를 가졌다. 소태산 대종사는 여성이 우주의 모든 존재와 조화를 이루는 은혜롭고 평등하며 주체적인 존재임을 밝혔다. 또한 초기교서에서도 ‘남녀권리동일’이라 표현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서 평등세계 실현의 주체자임을 강조했다.
 
허나 대형 코스메틱 브랜드의 “성별의 벽을 허문 제품과, 색이나 성별의 구분없이 개성을 존중하는 브랜드가 성공할 것”이라는 예견처럼, 현재 사회에서 원불교의 젠더 뉴트럴 문화는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2023년 10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