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맥(Mac)은 개인용 컴퓨팅, 아이폰은 모바일 컴퓨팅, 애플 비전프로는 공간 컴퓨팅’이라는 주장이 있다. 애플이 맥과 아이폰에 이어 곧 세 번째 혁명을 시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간 컴퓨팅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허황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때로는 두렵고 혐오스럽던 인류의 많은 상상들은 계속되고,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다. 그렇게 지금 또는 근미래의 메타버스, AI·IA시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만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만화 같은 세상이 됐으며, 우리는 만화같이 살고 있다’는 말은 과언은 아니다.

많은 슈퍼히어로물에서 등장하던 투명인간, 투시 등의 기술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까지도 이미 구현되거나 시도되고 있다. 사실 인간은 지금, 초인을 넘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에까지 도전 중인지 모른다. 메타버스와 AI·IA가 연계되는 미래에는 ‘무소부재 전지전능’도 더이상 신에게만 허락된 성역이 아닐 수 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자신이 신인지도 모르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당연히 모르면서 이미 신이 되어버린 무책임한 신들의 시대”는 아닐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공간 컴퓨팅은 과연 무엇일까.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용어는 MIT 미디어랩의 시몬 그린우드가 2003년 논문에서 처음 발표했다. 2023년 애플이 외친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선언까지 정확히 20년이 걸린 것이다. 

팀쿡 애플의 CEO는 공간 컴퓨팅을 “디지털 콘텐츠를 물리적 공간과 매끄럽게 혼합하는 기술”로 정의했다.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결합’이라는 이 개념은 4차 산업혁명의 정의에서도, 메타버스의 흐름(VR-AR-MR-XR)에서도 이미 예정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나 XR 솔루션 프로세스에는 공간 컴퓨팅 이후의 세계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러니 얼마든지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공간 컴퓨팅이 구현된다면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궁금하다.

공간 컴퓨팅 개념 안에 이미 포함됐을 수도 있지만, 시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상상해 보자. 공간 컴퓨팅을 좀 다르게 표현하면, 현실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연계-중첩-확장하는 것이다. ‘연계-중첩-확장’은 현실과 가상이 결합해 가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단계’가 될 수 있다. ‘시간 컴퓨팅에서도 현실의 시간과 가상의 시간이 연계-중첩-확장될 것’이라 본다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기대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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