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안
김형안

[원불교신문=김형안]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혼자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도 마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고, 길을 가다가 막막해질 때도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하는 우리나라에는 이 세상에서 혼자만 힘든 것처럼 중압감을 느낄 때가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에서는 매년 살사(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의 하나로 모래상자 놀이치료를 한다. 어느날 50대 중반의 여성이 어두운 표정으로 상담실을 노크했다. 자녀와의 관계,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불안과 걱정이 많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 약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먼저 심리검사를 실시 후 안정되고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보호와 공감을 받으며 모래상자 치료를 시작했다.  

첫 모래상자에서 그는 남편과의 사별로 인해 상처감과 무력감으로 혼돈, 불안과 공허감을 표현했다. 다음 모래상자에서는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와 상처를 표현했다. 나는 내담자가 말없이 상징과 감정을 통해 기억하도록 기다려야 했다. 말로 표현하기 이전에 침묵 안에서 비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상담을 진행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너는 할 수 있어!’마음만이라도 조금 끌어주는 사람만 있었더라면…잘못해도 ‘그래 괜찮아 잘했어’라고 해줄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서럽다. 왜 혼자 있을 때 눈물이 자꾸 날까요?” 라고 해주는 방식이다.

나는 내담자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의식의 마음을 담아주었고, 아울러 소품에 대한 상징 이야기를 해줬다. 그다음부터 그는 밝은 옷차림으로 변화해갔고 표정이 밝아지며 말도 많아졌다. 

상담이 중기에 접어드니 그는 모래상자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결핍보다는 강점을 찾게 됐다. 꿈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만다라를 만들기도 했다. 상담이 이뤄지는 공간을 안정된 공간으로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모래상자의 마지막에서는 자신을 찾고 꿈을 펼치며 안정에서 통합으로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담자의 무의식을 의식화하며 성장과 치유해가는 모습이었다.

이번 치료를 통해, 치료자의 말과 행동 중 침묵의 중요성을 알았다. 또한 내담자에게 안정된 공간 속에서 보호받으며, 내담자가 치료자를 신뢰하고 치료자는 내담자를 존중할 때 내담자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의 인생은 항상 뿌리 위에 사는 식물과 같다. 식물의 참된 삶은 뿌리 안에 보이지 않게 감추어져 있다.” 융의 표현처럼, 무의식은 개인의 성장과 치유를 안내하고 있었다.

/둥근마음상담연구소

[2023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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