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규범폭력·자살·마약·혐오 등 사회적 문제 갈수록 심각해
종교는 사회 건강하게 만들 책무 있어… ‘바른 마음 길’도와야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사회가 아프다. 전쟁, 무규범폭력(일명 묻지마폭력), 자살, 마약 등에 관한 소식이 빈번히 들려오고, 사회적 참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보다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다. 이와 같은 반사회적 무규범 상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난 지금 더 심각해진 양상을 보인다.  눌려있던 여러 형태의 아픔들이 우후죽순, 사회 이곳저곳으로 쏟아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일 비극적 뉴스가 보도된다. 이에 사건 당사자는 물론, 사회 구성원들의 피로감과 두려움이 누적된다. 범죄 형태는 즉흥적이며 잔인해졌고, 사고는 대규모로 벌어진다. 더이상 사람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 늘 오가던 일상의 공간도 공포의 장소가 된 지 오래다.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이어야 할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니, 공감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자살과 마약 통계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3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1년 자살사망자 수는 13,352명으로 2020년 대비 157명(1.2%) 증가했다. 1일 평균 자살자 수(36.6명)와 자살률(26.0명)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청년 자살자 수가 증가(2021년 2,512명, 2020년 대비 154명(6.5%)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단속된 국내 마약사범은 총 1만6천여 명이다. 지난 11년간 66% 급증했다. 특히 20대 마약사범은 5,077명으로, 전체의 31.4%에 달한다. 19살 이하 마약류 사범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2013년 58명→2021년 481명). 대마 사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5년간 163.2% 급증, 3,777명). 

이러한 ‘반사회적 사회’를 진단하며, 신진욱 교수(중앙대)는 그 원인을 ‘극한의 경쟁, 끝없는 비교와 평가, 실패와 낙오의 두려움, 힘 있는 자들의 횡포, 차별과 무시, 폭언과 성과 압력, 인간관계의 단절’ 등으로 짚었다. 문제 원인의 기반은 결국 ‘물질문명의 폐해’에 있다.

그러나 물질문명을 추구하는 흐름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목회데이터연구소 주간리포트 넘버즈 제88호)에 의하면 ‘내 인생 목표는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는 것이다’고 답한 비율이 72%에 달한다(20대 71%, 30대 74%). 보고서는 ‘2030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겉으로 드러내기 꺼리는 물질주의자라는 성향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10월 27일 '국민 마음 건강의 위기, 종교와 상담이 함께 하는 해결책'을 주제로 모인 4대 종교 상담 단체.
사진제공=원불교 문화사회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이 시대를 ‘함께’살아가는 종교는 어떤 역할로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처벌과 강력한 통제 등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해와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에 원불교 문화사회부의 주관으로 원불교상담학회를 비롯 한국목회상담학회, 불교상담개발원,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등 4대 종교 상담단체는 10월 27일 ‘국민 마음 건강의 위기, 종교와 상담이 함께 하는 해결책’을 주제로 모여 인터뷰를 했다. 이들은 흉기 난동 사건, 각종 재난과 질병으로 제기되는 마음 건강 위기와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 문제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종교상담의 중요성과 역할에 초점 맞춰 활동하고 있다.

원불교의 사회적 문제 해결의 사명은 〈대종경〉 곳곳에 담겨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마음병 치료에 전문하는 것이 종교가의 본령”(〈대종경〉 실시품 31장)이라며 “마음 난리는 모든 난리의 근원인 동시에 제일 큰 난리가 되고 이 마음 난리를 평정하는 법이 모든 법의 조종(祖宗)인 동시에 제일 큰 병법이 된다”(〈대종경〉 수행품 58장)고 했다.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건네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책무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마음’이 갈 바른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다. 마음 밖에, 달리 길이 없다.

[2023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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