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지난해 11월 20일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서 공식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가 울려퍼지는 무대에 BTS 정국이 등장했을 때, 우리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축구공처럼 뻥 차올랐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타르가 지어올린 8개의 경기장 중, ‘알 투마마 스타디움(ملعب الثمامة)은 바로 한국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다. 이제 한국은, 중동에 도로를 내던 K-건설을 넘어 미학과 기술이 어우러지는 K-건축을 전파하고 있다. 세계를 덥히는 온돌, 세계가 노니는 대청마루까지. 바야흐로 K-건축의 시대다. 
 

온돌과 한옥, K-아파트… 북유럽․중동․미국으로 진출
외국인들의 한국여행 버킷리스트, 고택 체험 한옥스테이 
우리가 가진 원불교 중앙총부, 근대건축·종교건축 명소

카타르 전통모자 갸피야 모양의 경기장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카타르 남성들의 머리에 얹힌 경종 받침 모양의 전통모자를 떠올리자. 이를 ‘갸피야(Gahfiya)’라고 하는데, 희림은 이를 지상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지상 5층, 지하 1층, 약 4만석으로, 다른 경기장과는 달리 연습경기장 10개를 포함하는 대규모다. 

경쟁사들을 제친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에어컨시스템이다. 객석 의자 아래와 뒤쪽 벽에서 찬바람이 나오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필드 네 방향에서 부는 찬바람을 맞는다. 우리의 뛰어난 가전 기술과 중동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우러진 쾌거였다.

알 투마마 경기장처럼 한국 건축업체가 세계에 진출하기에 앞서, 세계는 우리의 전통 K-건축을 배워갔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 혁신적인 K-건축’ 온돌이다.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온돌 기술에 세계가 열광한다. 가장 많이 적용하는 곳은 북유럽으로, 특유의 뼈가 아리는 한기를 물리친다는 평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는 2015년 성균관의 명륜당을 모티브로 지어진 강의실인 ‘한국실’이 만들어졌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반도건설이 252세대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었다. 한국식 마루판, 한국식 붙박이장 등 K-아파트의 첫 번째 사례다. 미국 조지아주에는 아예 살 수 있는 한옥마을이 들어선다. 173㎡ 규모의 한옥은 1차로 약 60여 채가 지어지는데,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반제품 형태로 배에 실어 옮겨진다. K-건축의 수출이다.   
 

외국인들의 한옥 체험 담은 <윤스테이>
한국적인 건축은 K-팝 뮤직비디오, K-필름을 통해 세계에 소개되고, 이는 한국 여행을 할 때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김봉렬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놀이공원 같은 곳을 갔는데, 이제는 한국건축을 보러 간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K-관광 버킷리스트인 ‘한옥스테이’도 아예 외국인 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2021년, 나영석 PD는 구례 쌍산재에서 외국인들이 한옥 고택 체험을 하는 예능을 만들었다.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등이 출연한 <윤스테이>에서, 외국인들은 대청마루, 누마루, 창호지문, 정자 등을 누비며 K-건축에 감탄했고, 우리에겐 친밀하지만 낯선 ‘와우포인트(감동포인트)’를 보여줬다.

K-건축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부상한 핫플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의 공통점은 바로 한옥이다. 한국인들이 한복을 빌려 입고 한옥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K-건축이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이다.  

담백하고 조화로운 K-건축의 철학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 건축의 특징은 무엇일까. K-건축은 국토의 70% 이상인 산과 어우러지게 지어지는데, 자연을 누르거나 변화시키지 않고 건축으로 보완해낸다. 문을 다 열어 통으로도 쓰지만, 일상 속에서는 동선이나 시선이 겹치지 않아 편안하다. 위압적인 중국 건축이나 규격화된 일본 건축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담백하고 조화로운 K-건축의 특징은 ‘국민성 그대로’라고도 평가된다. 

내년은 원불교 중앙총부 건설 100주년, 서울교화 100주년이다. 총부에는 송대와 공회당 등 역사와 일화가 생생한 K-건축들이 건재하며, 서울교당이 있었던 융문당과 융무당은 고종 때 과거시험이 치러지던 건물이었다. 서울교당을 재건축하면서 이를 영산성지로 이전 복원해 그 가치를 지켜냈다. 밖에서 온 것이 아닌 우리 안에서 탄생한 종교이기에, 원불교의 건물들은 K-건축의 모습과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시, 선진들이 물려준 이 아름다운 건축에 감탄하고 감사할 때다. 세계가 K-건축을 찾아온다.


원불교 안의 K-건축

다 살려낸 북촌한옥마을 핫플, 은덕문화원

故 도타원 전은덕 대호법의 희사 공덕이 어린 서울미래유산 은덕문화원은 북촌한옥마을에서도 가장 품위있는 건축물이다. 이 자리에 있었던 나무 한그루도 다 책상이며 의자로 살려냈다. 대각전 윗편의 일본 건축 스타일도 미워 않고 다 보듬었으니, 가만 거니는 것만으로도 그 은혜로운 덕이 느껴진다.
 

근대건축명소, 원불교 중앙총부

원불교 중앙총부는 익산명소이자 근대건축명소로 손꼽힌다. 한국근대건축 가운데 일본 등 다양한 영향을 찾아볼 수 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사용하는 건물이 많다. 목조건축물 8동과 석물 2기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특히 조경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건축 관련인들의 답사가 잦다.
 

종교건축의 미래, 원불교 원남교당

원남교당은 홍라희 대호법(법명 도전)의 어머니이자 존경받는 공도자 故 신타원 김혜성 원정사의 신성이 빚어낸 종교건축의 미래다. 사잇길로 실개천처럼 뻗은 7개의 입구가 도시 곳곳에 영성을 밝히고 있다. 언제든 좋지만, 야외를 휘두르는 여래길과 옥상에서 보는 인왕산 북악산에 가을이 물드는 지금이 퍽 아름답다.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건축가 작품.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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