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영 교도
송서영 교도

행복한 수행자


2018년 7월 나는 대장암 3기를 선고 받았다. 처음 암선고를 받았을 때는 수술과 항암을 원만하게 잘 받았는데 2년 6개월 만에 복막에서 암이 발견돼 다시 수술받아야 했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기도에 도무지 정성이 모이지 않았다. 그때 원로법사님이 호된 답을 주셨다.

“기도하기 싫으면 기도하지 마라. 기도가 안 되면 안 하면 되지. 그런데 그런 네 마음이 의사, 간호사, 수술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러면 그 수술이 잘 될 것 같으냐? 회복할 때도 힘들 것이다. 기도를 안 한 것 뿐인데 (달라질) 결과를 생각해 봐라.”

‘그래! 안 된다 안 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한번 제대로 해보자!’ 기도시간, 염불시간을 따로 정하지 말고,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걸어갈 때, 밥 할 때, 청소할 때 등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정성을 모아 기도하고 염불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기도의 힘이 생기면서 요란함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수술 받으러 가서도 다른 환자를 챙길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사람이 돼있었다.

수술 후 후유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주변 인연들이 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고생 하는 것을 보니 ‘나 스스로 강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움직이고, 마음은 기도 훈련으로 ‘밖으로 힘든 모습 안 보이기’를 공부삼았다. 그리고 내가 보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몸으로 마음으로 보은할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봉공회의 반찬나눔봉사의 메뉴 정하기, 퇴원해서는 장보기부터 배달운전으로 힘을 보탰다. 일요법회 때는 차량운행을 책임지고 맡아 조를 짜고 오실 분 못 오실 분을 파악해 알려주며 보은하고 있다. 몸은 힘들어도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한다. 

아픈 몸으로 온갖 일을 하니 교당에서는 걱정하지만, 나는 “괜찮습니다. 좋아서 합니다” 혹은 “그래야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또한 힘들어도 한 단락의 사경이라도 꾸준히 하자 마음먹고 병실에서도 키보드로 사경을 이어가 현재 17번째 사경 중이다.

하루는 항암 후유증으로 머리가 빠져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삭발을 했다. 퇴근한 남편이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금세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 했다. 나도 합장하고 “관세음보살” 하니, 남편이 “그래도 예쁘다”고 한다. 이렇듯 가족들이 힘을 보태줘 감사생활과 보은활동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다. 교당에 계신 어르신들도 늘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고, 기도해 주셔서 더욱 더 힘을 얻는다. 기도도 정성을 들여 하는 덕분일까, 얼굴 표정도 몸의 행동도 아픈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암이라는 경계를 통해 마음공부를 하고 기도와 염불을 하고 감사생활과 보은활동을 하며, 교전공부와 마음공부가 하나인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이 공부를 계속해 마음의 암과 육신의 암을 이겨내 행복한 수행자가 되고자 한다.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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