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어떤 1년은 백년을 넘어 천년의 속도로 흐른다. 10월 29일, 1년전 이태원으로 향했다가 사망한 159명의 열반 1주기가 돌아왔다. 서양 명절을 왜 챙기는지, 왜 하필 이태원인지 사람들은 묻고 또 물었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그저 ‘조금 특별한 날의 조금 붐비는 거리’였을 뿐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핼러윈 핫플에 갔을 뿐인데, 이들의 가족들은 1년째 차가워진 아스팔트 위에 서있다.

사건 현장도 너무나 참혹했고, 이들을 향한 혐오도 너무나 잔인했던 10.29(이태원) 참사. 그 상처를 맨몸으로 받아낸 유가족은 또 다른 희생자였다. 이들을 적극 껴안은 것은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계.

참사 사흘만인 11월 2일 희생자 또래의 젊은 교무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추모기도로 우리 사회를 위로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을 비롯한 7대 종단 수장들이 서울시청광장 시민분향소를 찾았고, 49재에도 함께해 이태원광장에서 유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참사 100일인 2월 2일, 서울과 경기인천교구 출재가들이 천도재를 올렸으며,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시민추모대회에서 종교인들은 영정을 들고 행진했다. 300일을 맞은 8월 22일에는 종교인들이 여름비 속에 삼보일배에 나섰다. 서울광장 시민분향소 앞에서 시작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및 300일 추모 4대 종교 삼보일배’는 3일 동안 매일 3㎞씩 나아가며 국회 앞에서 회향했다. 
 

원불교, 추모기도·삼보일배로 유가족 위로
“진상규명 더딘 가운데, 혐오 문제 심각”
원불교 등 종교계, 유가족 아픔 함께 껴안아

왜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는 것일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세계는 이렇게 묻기도 했다. “한국같이 안전하고 통제가 잘 되는 나라에 10.29 참사 같은 사건이 왜 일어날까?”와 같은 질문이다. 앞서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세월호 참사도 그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이르기까지 후진국형 사회적 재난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인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후 처벌 혹은 재발방지대책수립 등이 순서다. 허나 감사원은 1년이 다 되어가는 최근에서야 예비조사에 착수했고, 행정안전부 장관, 용산구청장, 서울경찰청장은 여전히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 봤거나 SNS 영상으로 접한 많은 국민이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젊은이들의 과도한 일탈쯤으로 치부해 책임을 개인에 전가하려는 모양새다.

10.29 참사는 희생자들에 대한 근거없는 의심과 혐오로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악의적인 혐오는 유가족들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하고 있다. 1주기를 앞두고 한 포털사이트는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댓글을 중단했을 정도다.

이와 관련,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리 사회는 자주 그래 왔듯 비난의 대상을 찾기 위해 애쓴다. 이런 인지 오류가 만들어 낸 혐오와 분노는 사회의 회복을 지연시킨다”며 “불필요한 공격과 비난이 우리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 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