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법회에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
일요법회에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

어느 날,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이태석 신부님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헌신 봉사하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내용을 담은 다큐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해 정말 많이 울었다. ‘성직자라면 이태석 신부님 같은 삶을 살다가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아프리카에 계시는 김혜심 교무님이 곧 퇴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그 뒤는 누가 이어서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을 잡고 영어공부도 하고 간호사 자격증도 따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좌산상사님께 의논을 했더니, “5년 안에 다 해결해서 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아프리카를 마음에 담은 채 광주교당에 첫 발령을 받아 1년을 근무하다가 이덕윤 교무님과 부산교당으로 가게 됐다. 

어느 날 중타원 김혜심 교무님이 부산교당으로 설법을 하러 오셨다. 내 마음을 알고 있던 이덕윤 교무님이 중타원님을 만나게 해주셨고, 중타원님께서는 “공부하기 전에 먼저 아프리카를 경험해 보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다음 해에 바로 스와지랜드 까풍아교당에 들어갔다. 교당은 해발 1,100m 산중에 있었고, 비포장도로를 30분간 올라가야 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서 여기에서 내가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가자마자 일요법회에서 교도님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걱정은 잠시뿐이었고, 바로 유치원 원장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르는 영어는 스마트폰으로 찾아가면서 손짓, 발짓으로 소통을 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조금씩 친해지니까 서로 배려하면서 의사소통이 됐다.
 

행복해보이는 추장님과 중타원님
행복해보이는 추장님과 중타원님

이곳에서는 원광센터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의 후원을 받아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여성센터,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무료 보건소, 마을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경제자립을 위한 은혜협동농장,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 소득증대를 위한 송아지 분양, 물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식수개발사업 등을 하고 있다.

공타원 황수진 교무님은 유치원과 도서관 관리를 하고, 나는 보건소와 여성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여성센터와 유치원, 교당 등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시내에 다녀오고, 일요일에는 10시에 일요법회, 11시에 어린이법회를 본다. 하루일과는 저녁 6시 서원정진 100일기도와 공사를 하고 마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원광센터는 바쁘게 돌아간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 학교방문도 하고, 펌프관리도 하고, 천도재도 지내고, 도량관리도 하는 등 많은 일복 속에 살고 있다. 보건소에는 하루에 50명에서 많으면 100명의 환자가 찾아온다. 감기 환자들과 에이즈 환자들,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온다. 우리 보건소가 ‘무료로 운영하고, 약이 잘 듣는다’는 소문이 나서 2~3시간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아침 7시 유치원에 나가면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나를 보기만 하면 “스위티~스위티” 하면서 사탕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사탕을 주면 우루루 몰려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놀아주다 보니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평일에는 교육, 자선사업을 한다면 주말에는 교화사업을 한다. 공타원님이 영어로 설법을 하시면 고등학교 교사인 원신상 교도님이 시스와티어로 통역을 한다. 어린이들과 아주머니들은 배우지 못해서 영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공타원님과 청년단의 기도식.
공타원님과 청년단의 기도식.

7년을 까풍아에서 보내면서 정말 사은님께 감사한 일이 많았다. 공타원 황수진 교무님과 내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지만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렇다.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낮인데도 전기가 나가 기다렸다가 다시 하고, 천둥 번개가 치는 저녁에 전기가 나가면 촛불을 켜고 살기도 하면서 전기의 소중함을 느낀다. 건기에 펌프의 물이 다 떨어져 나오지 않으면 옆 건물에서 길어다가 쓰면서 물의 소중함을 느낀다. 세탁기가 있지만 물과 전기 낭비가 심해서 모든 빨래를 손으로 한다. 햇볕이 따뜻하고, 내가 건강해서 참 감사하다.

또한, 스와지랜드 사람 중 60% 정도가 HIV(면역결핍바이러스) 보균자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라고 한다. 예방 운동을 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나라의 사람들은 ‘에이즈에 걸렸지만, 사랑하면 관계를 가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2세들의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고, 즐기는 마인드라는 점이 충격이었다. 에이즈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친척 집에 보내지거나 아이들끼리 살거나,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이곳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한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는 데에는 총 2,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을 통해 월 만원부터 1:1 결연까지 맺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비용을 후원하시는 분들의 정성으로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원광유치원을 졸업하고 스와지대학을 다니는 원성광과 원현상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원광유치원을 졸업하고 스와지대학을 다니는 원성광과 원현상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다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

스와지랜드(현 에스와티니)는 시스와티어와 영어를 함께 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교과서가 영어로 돼있어서 영어를 하지 못하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경제적, 환경적 어려움을 가진 어린이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집안일을 하느라 공부를 하지 못해 진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어는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까풍아교당에서 1년을 보낸 후 교무님들과 상의하에 간호학 공부를 하게 됐다. 그렇게 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고, 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나는 간호학 공부와 영어공부, 교법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육신의 병도 치료해주고, 정신의 병도 치료해주면서 아프리카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내놓으신 일원대도의 원만한 법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정신을 개벽시킬 수 있는 교무가 되고자 한다. 꿈이 없는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꿈이 있는 이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마련해 주는 뜻깊은 일에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함께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일요법회에는 매주 40~70명이 참석한다.
일요법회에는 매주 40~70명이 참석한다.
까풍아교당 어린이단회 - 손도장 일원상
까풍아교당 어린이단회 - 손도장 일원상

/까풍아교당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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