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의 약속, 잊지 못할 감동
“가슴이 뭉클했어요.” 사연명 교무가 가장 먼저 꺼내 보인 마음이다. 사연인즉, 지난해 9월 25일 교당 신축 봉불식에 여의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나상호 교정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1주년 기념 법회를 며칠 앞두고서다. “일 년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으로 설법을 하지 못했던 나 교정원장이 ‘1년 되는 날 법회에 꼭 가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국내외 교당 세정을 살피며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교정원장님이 1년 전 하신 말씀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 년 동안 유념하신 것이죠.” 그 감사와 고마움을 사 교무는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작은 단일 교당에까지 오셔서 교화 훈풍을 일으켜주고 격려해주시는 교정원장님 모습이 정말 큰 감동이었어요. 사심 없이 열심히 살다 보면 이런 은혜를 받는구나 싶었어요. 힘든 임지에서 근무하는 교무님들께 이 뜻이 전해지면 좋겠어요.” 전곡교당 봉불 1주년 기념법회는 교당 법회 이래 가장 많은 50여 명의 교도가 참여했다. 선후진 교무가 함께 소감을 나누며 합력해 준 것도 가슴 벅찬 감동이다. 교정원장의 공덕으로 대각전에 가득 채워진 훈훈한 법풍을 사 교무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원불교 속 기관’으로 발돋움
돌아보면 사 교무가 부임한 지 14여 년, 부임 당시를 떠올리는 그는 당시 “정말 못살겠다” 싶었단다. 군사지역에 포장도로도 없었던 그 시절, 해가 떨어지면 가로등 하나 없이 앞이 캄캄했다. 하루하루 앞뒤 돌아보지 않고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그, 어느 하루도 정복을 벗을 날이 없었다. 

사 교무는 연천지역에서 ‘은혜마을이자 원불교’ 그 자체다. 원기89년(2004) 토탈교화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설립된 (사)은혜마을(원불교창필재단 은혜마을요양원·은빛마을주간보호센터)은 연천군 노인전문요양시설 1호로, 매년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로 지역 내에서의 명성이 자자하다. 

노인전문요양시설의 ‘명성’은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 교무는 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설 리모델링과 야외 편의시설을 갖춰나갔다. 그중 하늘을 온전히 바라보며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된 ‘돔’ 형태의 실내정원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은혜마을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직원 채용의 어려움 등 코로나19 후유증을 비켜갈 수 없지만, 사 교무는 자신의 서원을 더 깊이 새긴다. “지금까지는 기관 운영(은혜마을)을 통해 원불교를 알렸다면, 이제는 원불교 전곡교당이 (지역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어떻게 하면 이들을 교화할 것인가 하는 일념뿐입니다.”
 

‘기쁨 보람 유익한’ 교도정기훈련
‘봉불 1주년 기념법회’의 법풍이 이어지는 걸까. 10월 22일 종로지구 동북부교당연합 교도정기훈련이 전곡교당에서 진행됐다. 동북부지역 6개 교당(동두천, 상계, 양주, 의정부, 포천, 전곡교당) 재가출가 교도 130여 명이 훈련을 난 것이다. 이 훈련에 전곡교당 교도도 38명이 참여했다. 

점심 공양도 교도들이 손수 장만한 맛깔스런 음식으로 풍성하게 차려졌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평등세상 열어가는 실력을 갖추자’는 주제로 심신을 단련한 교도들은 내년 훈련을 기약하며 즐거워했다. ‘기쁨 보람 유익한’ 훈련으로 더할 나위 없었던 교도훈련을 마치고 사 교무가 감상을 전했다. “교정원장님이 다녀가신 법풍이 소중한 기연이 된 것 같습니다. 올해 법위사정으로 저희 교당에도 법호인이 배출될 기약이 되고, 훈련장소로도 손색없는 도량이 된 것 같습니다. 봉불 후에 우리 집(교당)에서 훈련을 났다는 게 감개무량합니다.” 
 

에필로그
“파스텔 꽃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어느 교도의 감탄뿐이겠는가. 내년 봄 유채꽃밭 만발한 전곡교당을 다시 방문할 날 기약한다. 더불어 팁으로 전하는 전곡교당의 감상 포인트. 은혜마을 돔 형태의 실내정원, 전곡교당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꽃밭 전경, (30분·1시간·1시간 반) 코스별로 산책할 수 있는 나눔숲 산책로.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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