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저격수 만들어낸 원불교 ‘히든 피겨스’
“국가와 국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14년간 매진
원불교 교법으로 유리천장 깨고 국위선양 이뤄내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K-방산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십조원대의 캐나다 수주 건에도 당당히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인 게 있다. 바로 잠수함이다. 그 중 설계에서 건조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잠수함이 있었으니, 2021년 해군에게 인도된 도산안창호함이다. 잠수함이 한 척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6년. 그 시간 동안 막연히 꿈을 꾸던 ‘소녀’에서 당연히 꿈을 이뤄 ‘영웅’이 된 이가 있다.

도산안창호함의 히든 피겨스(숨겨진 영웅), 정민재 해군군함검사원(법명 성인, 신현교당)이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크게 동력 삼았던 건 단연 ‘원불교’였다.

모든 게 다 ‘공부거리’
해군군함검사원은 배의 건조부터 운용, 퇴역까지 확인한다. 검사뿐 아니라 배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배가 바다에 나갈 때까지 모든 부분이 안전하게 만들어졌는지 검사하는 역할이다. “특히 잠수함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면밀히 신경써야 해요.”

잠수함 성능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며칠씩 그 잠수함을 타고 바다에 나가야한다. 그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 “잠수함이 좁아서 함께 탄 승조원들 모두 공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해요. 다만 오랜 시간을 머문   ‘여자’는 제가 처음이었던 거죠(웃음).” 그래서 그는 잠수함에 타야하거나 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는 물 마시는 것도 참았다.

‘여자’라는 수식어는 비단 화장실 앞에만 붙는 게 아니었다. “칭찬을 받을 때는 ‘여자라서 그래’ 하고 비난 받을 때는 ‘여자라서 저래’라고 해요.” ‘여자’라는 프레임은 줄곧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럴때마다 그는 ‘나무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 더 잘 자란다’는 말을 되새겼고, 유리천장 아래로 날카롭게 쏟아지는 파편을 피하기 위해서는 ‘용심법(用心法)’을 답으로 여겼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중앙총부를 쓸고있는 제자에게 ‘세상을 청소하고 있다’고 하라 하셨듯, 제 날개짓이 해군 한 명을 지키고, 국민 한 명을 지키며, 나아가 국가를 지키는 일임을 확신해요.” 

정 검사원은 힘든 상황마다 ‘나에게는 특별한 공부거리가 많구나’ 하고 여겼다. 그리고 마음공부의 결과는 국위선양이라는 영광스러운 성적으로 돌아왔다. 
 

2018년 1차 진수된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                                                                                   출처=위키백과
2018년 1차 진수된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                                                                                   출처=위키백과

“잘 살아줘서 고마워”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가 처음 원불교를 알게 됐을 때는 ‘행복을 모르고 하루를 사는’, 즉 감정없이 ‘빈 몸뚱어리’만 남았던 때였다. 그러다 어느날 친언니를 통해 ‘원불교’의 존재를 알게됐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때였는데, 원불교가 궁금해져서 배낭만 들쳐메고 만덕산으로 향했어요.” 당시 이양신 교무는 그의 사정을 듣더니 교도가 아닌 그를 두 마음없이 받아줬다.

그날부터 만덕산에서 이 교무와 지냈던 정 교도. 하선 기간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당시 제일 원하던 연구단지에서 ‘합격’ 연락이 온 것이다. 원하던 곳에 합격했다는 소식보다 함께 기뻐해주는 스승이 생겼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반가웠다.

“제가 스승님 복이 있나봐요.” 그 이후에도 정 교도는 원불교에서 이양신 교무를 비롯해 많은 스승을 만났다. 문답감정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돌아보게 해주는 박영훈 원무, 고향 집 같은 교당에서 늘 자신을 반겨주는 육관응 교무, 박성은 교무 등. 그렇게 그는 자신의 빈 몸뚱어리를 스승들의 가르침으로 채워가고 있다.

“이양신 교무님께 전화하면 늘 ‘잘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하세요. 그 말을 들으면 죽고 싶다가도 정말 잘 살고 싶어져요.” 의사만 병을 고치는 게 아니다. 그 고맙다는  스승의 말 한마디가 늘 정 교도의 마음병을 살펴주고 잘 ‘살고 싶게’ 만들었다.
 

원불교는 나의 소나(Sonar)
원불교를 갓 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는 직장에서 자신의 종교를 선뜻 밝히기 어려웠다고 했다. 원불교에 대해 잘 모르니까 자신이 없었던 것. 하지만 원불교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밝히는 히든 피겨스 역할을 하는 모습이 많이 조명된 지금은 절로 자신감이 든다. “저도 원불교 청년들에게 그런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소망은 그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로 성장케 한다.

잠수함에는 창문이 없다. 대신 소나(Sonar)라고 불리는 많은 센서가 음파를 이용해 눈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빗대 그는 “원불교는 (세상의) 소나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했던가. 허나 그에게는 원불교에서 배운 용심법이 있어, 그 힘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도 잠수함을 표류하지 않게 하는 소나처럼 앞길을 열게 한다.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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