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극단적 변화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신조어와 기존 용어들이 뒤섞이면서 그 실체를 파악해 제대로 미래를 바라보기 어렵게 한다. 이러한 혼란은 대체로 빅테크들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해당 시대나 기술이 고도화된 이후에도 조정되거나 완전히 합의되기는 어렵다. 빅테크들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먼저 큰 틀에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용어에도 바로 휩쓸리기보다는, 개념들간의 위치정립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다.

애플이 내년 초에 출시할 애플 비전프로를 두고 강조하는 ‘공간 컴퓨팅’이라는 용어도 그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다. 오히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가진 컨셉의 초기 또는 초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 해당하는, ‘메타버스의 기본 개념’에 가까운 용어라고 생각된다. 

심지어 메타버스에 올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명을 ‘메타’로 이름을 바꾼 마크 저커버그도 얼마전 ‘메타커넥트 2023’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주로 표현한 용어는 다시 MR(Mixed Reality)이었다. MR은 오래전 홀로렌즈를 발표할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용했던 명칭이고, 그 모든 방향들이 이미 메타버스라는 플랜 안에서 이뤄지고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맥컴퓨터나 아이폰이 증명했듯 애플이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면, 후발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공간 컴퓨팅’을 들고 나온 애플의 상황이나 전략적 방향성, 더구나 메타를 메타라고 부르지 못하는 메타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이번에도 애플과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던진 공통된 화두는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중첩(겹침)’이라고 풀이된다. ‘중첩’이라고 요약했지만 공간 컴퓨팅, 또는 MR-XR 기술은 ‘연계-중첩-확장’의 단계로 이해하는 게 좋다. 

공간 연계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현실 프로세스의 가상화)에 가깝다. 중첩은 현실의 가상화를 기반으로 해서 다시 가상을 현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결국 확장, 즉 가상-현실의 데이터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순환되고 시너지를 이뤄가는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거의 2년 전 메타버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측했듯, 메타버스는 서서히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는 (이어 AI-IA와의 결합으로 인간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될) 다층위 플랫폼이자 삶의 양식이 돼가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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