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68상(천제단 상) : 태백산 천제단이 원형인 이유는?
태백산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영산(靈山, 신령스러운 산)이다. 

<환단고기>에 의하면 태고에 하늘나라 상제인 환인은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은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고 세상을 다스리게 했다. 이때 환웅이 3000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도착한 곳이 태백산 신단수다. 환웅은 나중에 웅녀와 혼인해 아들인 단군을 낳았다. 그리고 단군은 아사달(평양)을 도읍으로 고조선을 건설했다. 이것이 단군신화다. 이처럼 태백산은 신이 땅으로 내려온 곳, 하늘로 통하는 길, 신과 인간이 만나는 영산 중 영산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단군신화에 나오는 ‘태백산’은 지금의 ‘백두산’에 해당한다. 이후 고조선은 건국 후 국토의 중앙과 동서남북에 다섯 개의 태백산을 뒀다. 그중 ‘남태백’이 현재 강원도의 태백산이다. 그래서 태백산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천제 신앙이 남아 있다. 

태백산과 관련해, 5세 단군 구을이 강원도 남태백 정상에 천제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부도지>에 의하면 신라의 박혁거세 왕이 허물어진 천제단을 수축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일성왕이 친히 이곳에 와 천제를 올렸다고 한다. 상고시대부터 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이곳에서 천제를 지낸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다.
 

대종교의 천신교기
대종교의 천신교기

태백산 천제단은 천왕단을 중심에 두고, 북쪽으로 장군단, 남쪽으로 하단이 있다. 총 3기로 이뤄져있는 것이다. 이때 천왕단은 원형, 장군단은 삼각형, 하단은 직사각형을 띈다. 3개의 제단은 그 형상이 각각 ○, △, □으로, ○은 하늘, □은 땅, △은 사람, 즉 천지인(天地人)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민족종교인 대종교의 <천신교기>에서도 확인된다. 천왕단은 하늘에, 장군단은 사람에게, 하단은 땅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은 ‘원형’을 하늘로 여기고 제를 지내왔다는 점이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제천단인 강화도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에서도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참성단은 단군왕검 재위 51년 무오년(BC 2283) 운사 배달을 시켜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원 69상(방지원도(方池圓島)상)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한국의 최고의 정원을 꼽으라면 창덕궁의 후원(비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원은 말 그대로 비밀의 정원이라는 뜻을 가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고, 지금도 정해진 시간에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코스만 감상할 수 있다. 

이 비원의 핵심은 바로 부용지다. 언덕 아래의 연못과 단아한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저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이 부용지 가운데 위치한 섬에는 소나무가 심어져있다. 우리나라의 고유 연못 조성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방지원도(方池圓島)’ 형식이다. 방지원도는 동양의 음양 사상의 핵심으로 ‘우주는 천원지방(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을 원칙으로 한다. 즉 방지(네모난 연못)는 땅을 의미하고 원도(둥근 섬)는 하늘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유교의 음양설로 풀이해보자. 음양설은 땅을 음으로 보고 하늘을 양으로 본다. 따라서 방지원도는 ‘음양의 결합으로 자손이 번창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한 영향을 받아 방지원도의 한국 정원 문화는 사대부를 통해서 한국의 독특한 정원의 표준형이 됐다. 

조선의 방지원도에 대한 기원은 이성계의 함흥본궁(북한 국보 107호)에 있으며, 조선의 유교 철학을 반영해 건축한 종묘에도 현재 2개의 방지원도가 있다. 또 현재는 멸실됐지만 이성계의 건원릉이 있는 동구릉에 방지원도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일반인의 방지원도로 유명한 것은 조선의 대표 문신(文臣)이었던 윤증의 고택(충청남도 중요민속자료 190호)과, 남원의 광한루 등이다. 

우리는 방지원도를 통해 유교를 국교로 하는 조선에서도 ‘일원상은 하늘’로서 ‘일상이 신앙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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