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마음공부의 시작은 ‘수학을 못해서’였다. 의외의 대답, 연유는 이랬다. 명확하게 공식을 외워 수학 점수를 곧잘 받아왔던 아이. 어느 날, 주관식으로 풀이 과정을 서술해야 했던 수학 시험에서 점수가 반토막 났다. “처음으로 수학을 ‘들여다보게’ 됐어요. x는 미지수를 말하는구나, =(등호)는 왼쪽 오른쪽이 정말 같다는 거였어.” 이렇게 부호 하나, 숫자 하나를 천천히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게 속도는 느렸지만, 근본 원리를 깨치면서 (수학을) 정말 잘하게 된 아이는 생각이 깊어졌다. “공식(원리) 하나로 수천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데, 세상에도 이런 원리가 있을까.” 

계절이 가을로 무르익을 무렵, 아마도 이맘때였을까.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서 마음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번엔 ‘복잡한 세상을 풀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원리’를 찾기 위해 ‘쉼 없이’ 공부했다. ‘현재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상에 적용해보면서 무의식정화, 내면아이치유, 자기사랑이 모두 같은 원리로 이뤄짐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하루의 사랑작업>에 풀어냈다. ‘하루’라는 필명으로 글을 연재하며 강의와 실천 수업을 하는 김설아 작가, 그를 만났다.
 

조건 없이 느끼는 ‘사랑작업’
“사랑작업은 매 순간 내 느낌에 주의를 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느낌도 나쁘다 하지 않고 조건 없이 느끼는 것이죠. 그러다가 감당하기 힘든 아픈 느낌을 발견하면 시간을 내어, 그 아픈 마음을 껴안아 주는 것입니다.” 

‘조건 없이 느끼는 것’, 그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느낌중심, 판단금지, 절대공감
“매 순간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 느낌을 알아차립니다(느낌중심). 어떤 느낌도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고(판단금지), 모든 느낌에 절대 공감합니다(절대공감). 모든 감정들이 우리 안에서 살아나고, 감정의 파도가 마음껏 일렁이죠. (감정들 중 어떤 것도 나쁘다고 제거하려 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허용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이 그 파도를 받아들이는 깊은 바다임을 깨닫는 것. 그 바다가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그 느낌을 함께 경험해주는 것. 이에 대한 대화가 깊어졌다. 

 

지금까지 나는
내 가장 솔직한 마음들을 
나쁘다며 버리고 살아왔다는 것을.

 

그 마음은 나쁜 게 아니라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나의 위로를 기다리는
아픈 마음이었단 사실을.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사랑작업’
“아픈 마음을 돌보며 이걸 정화해야겠다, 치유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없애려는 저항’의 마음을 사용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라도 그저 나를 ‘위로’하겠다는 의도만을 가지고 제 마음을 돌봤어요. ‘위로’에는 다른 의도가 없어요. 빨리 나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죠. 그 아픔에 공감하며 거기 있어 주는 것뿐이에요. 언제까지 아프더라도 너와 그 아픔을 함께 경험하고 있겠다는 거죠.” 

상처받은 마음과 그저 ‘함께 하는 것’이 ‘사랑작업’의 핵심임을 그가 다시 ‘천천히’ 일깨운다. 
 

조건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하듯
“마음에 불편함, 아픔, 괴로움이 느껴지면 먼저 내 마음의 엄마를 찾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엄마를요.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이런 엄마의 마음이 있습니다. 늘 있지만 잊은 것뿐이에요.” 

어떤 비난도, 판단도 하지 않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에게 하듯, 솔직하게 내 아픔을 다 드러내는 것. 결국, ‘사랑작업’은 나의 어떤 부분도 나쁘다고 밀어내지 않으면서, 내 모든 감정들에 절대적으로 공감해주는 것, 그런 수용의 태도로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힘껏’ 행복해지기를
“조건 없이 수용하는 ‘사랑작업’을 통해 점차 온전한 나를 회복하고 충만함을 느끼며 살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부서진 나를 매만지면서 데리고 사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은 지금대로의 나를 끌어안고 살아보는 것, 어쩌면 이게 자기를 사랑하는 비밀의 전부가 아닐까요.”

‘날마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껴안으며 우리가 받은 온전한 자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 ‘힘껏’ 행복해지기를 온전하게 바라는 그다. 

대화 끝, 알게 된다.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내 내면아이’임을. 현실의 투영인 내면아이를 사랑하며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작업, <하루의 사랑작업>은 ‘자기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첫걸음을 뗄 수 있는 든든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곁에 두기를.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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