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 교무
황현진 교무

[원불교신문=황현진 교무]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의 20대 무종교인 비율은 80%에 달한다. 이를 그대로 실감하는 장소가 바로 신병교육대다. 종교행사 참석률이 저조하고, 참석하는 인원들도 대부분 무종교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병교육대에는 교당이 없어 강의장을 빌려 쓰고 있다. 그래서 여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원불교 종교행사에 참석해주는 친구들이 그저 감사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종교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먼저 미니 경종을 활용한 소리명상을 통해 훈련병들의 긴장된 심신을 이완시킨다. 경종명상을 마친 후 나는 훈련병들에게 첫 질문을 던진다. “원불교 종교행사에 왜 오셨나요?” 돌아오는 훈련병들의 대답은 대체로 이렇다. “궁금해서 왔습니다!” 이제 여기서부터 묘한 탐색전이 시작된다. ‘궁금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원불교가 어떤 곳인지 한 번 보러왔다’는 뜻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훈련병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시간에는 여러분들이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면 제가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무가 혼자서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질문이 없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버린 지 오래다. 여러 번의 경험에 의하면, 1시간 내내 질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 만큼 질문의 범위도 정말 다양하다. 원불교, 종교, 마음, 명상, 고민, 군 생활 등에 대해 훈련병들은 손을 번쩍 들고 씩씩하게 질문한다.

다양한 친구들이 다양한 질문들을 하지만, 그들은 나의 답변을 통해 결국 하나의 체험을 하게 된다. 그게 바로 ‘원불교의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의 답변에는 원불교의 DNA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훈련병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원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느낀다. 그들이 느낀 원불교는 결국 원불교에 대한 첫인상이 된다. 그리고 훈련병들은 첫인상을 대체로 나쁘지 않게 가져가는 듯하다.

종교행사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신병교육대에 있는 동안 원불교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도 체험해보세요. 지금이 아니면 이럴 기회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원불교에 발을 들인 친구들은 대부분 계속 원불교를 찾아온다. 내가 와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강요한 적은 더더욱 없다. 그들이 계속 원불교를 찾아오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들이 볼 때 ‘원불교는 참 괜찮기’때문이다.

훈련병들의 마음속에 원불교에 대한 좋은 첫인상이 씨앗이 되어, 더욱 깊은 법연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염원한다.

/칠성교당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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