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 교도
김대은 교도

[원불교신문=김대은 교도] 지난 글에서 대격변 시대의 국제정세는 신냉전 시대로의 진입이라고 했었다. 이런 신냉전 시대는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소위 다자주의 체제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로 인한 패권 다툼은 새로운 질서를 수반하고, 그 과정에서 나라마다 상이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계는 요동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20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차 대전 발발 전인) 1930년대와 비슷한 양상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후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고, 2023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그 외에도 안토니오 유엔사무총장의 말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인구 4분의 1이 폭력과 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 한다.

대격변 시대의 또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담론은 ‘기후변화’다. 실제 지구환경이 온난화 시대를 넘어 열대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기후재앙은 전 세계인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환경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들의 계획만으로는 2030년까지 목표한 탄소중립을 이루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기에 2019년 유엔정상회의에서 미래세대이자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How dare you?)”라고 강하게 연설했다. 현재의 과학기술력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해서 우리의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허나 에너지 물가 상승에 반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격변의 시대에
종교가 해야 할 일은 결국
“One World, One Family”로
귀결된다.

이 외에도 대격변 시대의 화두는 정말로 많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국제기구, 시민사회, 그리고 종교 등 다양한 분야가 글로벌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국가나 국가들을 기반한 국제기구는 전쟁과 분쟁을 예방하고, 기후변화, 빈곤, 질병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그런 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세상의 변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종교도 시민사회처럼 협력하고 있지만, 그 역할이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 관련 조사에서 볼 수 있듯 종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종교가 시민사회처럼 정부 또는 국제기구와 협력해 세계 변혁에 동참하는 것은 종교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종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왜냐면 종교는 결국 정신적인 역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신개벽의 화두를 사회에 꺼내  세계인들의 마음을 변혁시킬 때 비로소 종교의 존재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대격변의 시대에 종교가 해야 할 일은 결국 “One World, One Family(하나의 세계, 하나의 가족)”란 표어로 귀결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났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시장주의 체제 확립 이전에 물질주의 시대의 폐해를 예견한 학자들의 시대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 즉, 시대의 본질을 꿰뚫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뚜렷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격변 시대에는 어떤 시대적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인류가 한 가족임을 알아 평화의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대격변 시대 또한 물질만능주의의 폐단이며, 이 폐단은 ‘삼동윤리’의 실천으로 치유될 수 있다. 세계인의 마음에 삼동윤리의 가르침이 싹을 틔운다면, 전쟁과 분쟁, 그리고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위기들도 인류는 이전보다 더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한강교당

[2023년 11월 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