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위암입니다.” 
아무런 전조증상이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받아들였어요.‘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남편 유동길 교도(수원교당)는 경계를 담담하고 겸허하게 수긍했다. “더 좋은 씨앗을 뿌리기 위해 공부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인 강혜숙 교도도 자신들에게 찾아온 이 일을 ‘업’이라 여겼다. 부부는 ‘업은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임을 또 한번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런 부부였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매일 아침 함께 기도하고 법회날이면 당연스레 손을 잡고 함께 교당에 갔다. 위암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을 하던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술받고 토요일에 퇴원을 하기로 했는데 열이 나서 퇴원이 다음날로 미뤄졌어요. ‘아, 사은님께서 법회가라고 하시는구나’싶어서 퇴원길에 바로 교당으로 향했죠.(웃음)” 

부인인 강 교도는 청년회부터 40년 가까운 시간동안 법회에 허투루 빠지는 일이 없었다. “우리가 바른 말, 옳은 행동만 하고 살면 불안할 게 없잖아요. 원불교는 그런 바른 법을 알려주는 곳이에요.” 교당에 꾸준히 나갔을 뿐인데 그때 들은 설법과 교무님 조언들이 한 겹 씩 쌓여 어느새 쉽게 뚫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줬다.

남편인 유 교도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강 교도를 따라 교당에 갔다. “처음 교당에 가서 좌선을 하는데 어떻게 그리도 마음이 고요해지는지… ‘왜 원불교를 빨리 알지 못했을까’ 후회스러웠습니다.” 남편의 말에 “전생에 전무출신이었나 보죠” 하고 웃음섞인 장난을 건네는 강 교도. 이들 부부에게 원불교는 제일 재밌는 화두이자 가장 큰 연결고리다.

돌이켜 보면 당연히 큰 경계들이 있었다. 유 교도는 교통사고로 낭떨어지에 떨어진 차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적이 있고, 최근에는 위암판정도 받았다. 허나 그가 말한다. “그때마다 아내가 기도를 했고, 아들(유도은 교무)이 기도를 했고, ‘우리’가 기도를 했습니다.” 그 기도 덕분이었을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차는 전소했지만 저는 다치지 않았고, 위를 절제하긴 했지만 좋은 병원과 의사를 수소문해 자신들의 일처럼 찾아주는 교당 도반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참 감사했죠.” 그 은혜가 꼭 가랑비처럼 내려앉아 이 가족을 흠뻑 적셨다. 

인터뷰 끝자락 “이 공부 더 열심히 하려면 다음생에도 원불교 믿어야겠네요”라고 남편이 말하자 아내는 그의 옆구리를 살짝 콕 찌른다. 그리고 덧붙는 농담 한마디. “다음 생에는 전무출신 한번 해보실라우?” 그러자 부부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핀다.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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