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소장
이준원 소장

[원불교신문=이준원 소장] 말을 마음대로 하기는 쉬우나, 한번 한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위로 갈수록 말하기가 무섭다. 귀와 입으로 전해지면서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왜곡되고 곡해되기도 한다. 글을 제대로 쓰기는 참으로 어렵다. 자칫 잘못되면 필화(筆禍)를 겪는다. 과거에는 사관이 죽음을 각오하기도 했고, 지금은 법적 소송까지 당하기도 한다.

글다운 글은 문·사·철(文·史·哲)에 두루 통해 있다. 흐름이 일관된 담백한 문체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훤히 보고서, 설득성과 공감성이 있는 가치관을 지녀야 글다운 글이 나온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끝으로 전해져서 우러나오는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글의 주인공이 돼 전해주는 메시지를 받아쓰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돼 보아야 그 사람이 보인다. 

글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글은 평전(評傳)이다. 마치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평전의 주인공이 돼 그 시대를 사는 듯한 체험을 해야 숨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전기이면서도 미화하지 않고, 사실의 엄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은 별도로 조사하는 섬세함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관련 기록물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느 기록이 진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추모담은 기억에 의존하니 다 믿을 수 없다. 원근친소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를 한다. 그래서 평전을 쓰는 사람은 출판 전에도 후에도 말 못 할 고초를 치른다.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최근에 일산에서 뜻이 맞는 분들과 <대산 김대거 평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모처럼 훈훈한 자리였다. 집에 돌아와 며칠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故 정주영 회장이 자주 했다는 “임자! 한번 해봤어?”라는 말이 절감됐다. <대산 김대거 평전>을 삼회독 하고 보니 역작(力作)임을 체감했다. 봉산님을 기리는 글을 올렸다. 

모래사막처럼 바람에 쓸려 변하는 지난 역사/홍수로 물길이 바뀌는 강물 같은 지난 역사/글과 말 기록과 전언으로 뒤섞인 지난 역사//여기 한 사람이 있어 지난 삶을 정리하였다네/여기 한 영혼이 있어 뼈로 붓대 피로 먹을 삼아/소태산평전 정산평전 이어 대산평전까지 내었다네//젊은 날 서원과 결기가 떨리는 손끝에는 아직 남았다네/알아줄 이 없어도 자신과의 약속이었다네//사실은 대조 또 대조하며 진실을 하나 둘 찾아내고/글로 다할 수 없는 비밀의 방은 구름 속 달빛으로 비추었다네//그동안 밤을 하얗게 지새운 나날들/바친 돈은 하나도 안 아깝다네/자신과의 약속 지켰으니 본전이요/알아줄 이 한 사람만 있다면 남는 삶이라네.

 /솔로몬연구소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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