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여보, 저것 좀 봐요. 저게 바로 우주에요.” 데즈라 아담스 교도(법명 원자인, 필라델피아교당)가 일원상을 처음 본 순간 남편에게 했다는 말이다. 

“원불교 가르침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해서 어렵게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가 돼요.” 필라델피아교당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는 데즈라 교도는 원불교의 강렬했던 첫인상과,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2017년 필라델피아로 이사온 날부터 남편과 사찰을 찾아다녔던 데즈라 교도. 그는 우연히 방문하게된 필라델피아교당에서 불단에 불상이 아닌 일원상이 놓인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불상을 모신 사찰은 많이 봤지만 원(일원상)을 모시는 곳은 처음이었어요.”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았고, 단박에 왜 원을 ‘모시는지’이해가 됐다는 그. “우리는 원(지구)에 살고있고 원과 비슷한 이치의 인생을 살아요. 원을 신뢰해야죠. 원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으니까요.” 

그가 원불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성장기 때 조부모에게 받은 영향이 컸다. “조부모님을 비롯해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입니다. 원주민들에게 종교란, 믿음이나 숭배라기보다 삶의 ‘방식’이죠. 한국의 전통 방식이 녹아든 원불교를 배우면 배울수록 어릴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종교에 대한) 이야기와 매우 유사했고 친근했어요.” 그의 ‘조부모의 나라’와 ‘한국’은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식민지 시대를 겪었다는 역사가 같았고, 가족을 우선하고 공동체 생활을 우선한다는 정서가 같았다. 

특히 데즈라 교도는 원불교의 매력에 대해 <대종경> 전망품 14장을 예로 들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거나 전쟁도 일어났던 시기에 소태산 대종사는 다양한 신앙 전통을 지닌 사람들까지 환영했던 개방성을 꼽았다. 필라델피아교당은 법회 전 데즈라 교도가 이끄는 감사묵상(Contemplation of Gratitude)을 이어오고 있다.

감사묵상은 사은의 은혜 중 공기, 물, 빛 등 1~2가지를 선택해 그것의 부재를 떠올리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사를 깨닫는 시간이다. “제가 원불교에서 배운 가장 큰 은혜가 바로 ‘감사’였어요. 감사묵상은 다른 교도들과 함께 매일 ‘감사’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데즈라 교도는 “혼자 아는 것은 신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 가장 큰 일원상도 있고(원남교당), 소태산대종사성탑도 있으니까요.” 그가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한국’은 곧 ‘원불교’다. 데즈라 교도는 ‘내 종교’의 나라에서 감사묵상 하게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3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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