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광일)
윤덕균(광일)

일원 70상(한울님 상): 일제가 원구단을 멸실한 이유는?

동양인은 하늘을 ○, 땅을 □, 사람을 △로 생각했다. 그래서 황제가 하늘에 유교의 예법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원구단의 모습은 일원상의 형태를 가진다. 

1897년 고종황제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황천 상제에게 천제를 올리는 환구제를 거행하고,‘대한민국’의 근간인 ‘대한제국’을 선포한다. 황제국가의 격을 갖추기 위해 국호를 바꾸고 연호를 제정한 다음, 천상의 황천 상제에게 천제를 지내기 위한 천단, 즉 원구(천구)단을 만든 것이다. 
 

원구단의 본래 모습
원구단의 본래 모습
원구단의 내부 계단
원구단의 내부 계단

천제는 당시 황제국의 출범을 대내외에 알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천구단을 설치해 황제가 하늘의 신과 직접 교감하면서 제천행사를 했다. 이전에는 중국의 황제만이 할 수 있었던 행사를 우리 대한제국에서도 이제는 자주국이고 독립국의 입장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대한제국의 국왕은 더이상 중국 황제의 책봉을 받는 왕이 아니라, 천상의 상제로부터 천명을 부여받은 천자, 즉 황제가 될 수 있었다. 

고종황제가 천제를 올린 황천상제의 상제에서 ‘상’은 가장 높은, 더 이상이 없는, 지고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제’는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한울님 제(帝) 자를 쓴다. 그러므로 상제는 신의 세계, 인간의 세계, 나아가서는 자연 세계를 두루 다스리는 지존 무상의 ‘한울님’을 말한다. 황천 상제에게 황제국의 꿈과 이상을 고하고 그 꿈을 대한제국으로 풀어나가길 기원했던 원구단은 한일 강제병합 후 1914년 9월 30일 헐리고 만다. 그리고 거기에 조선철도호텔(약칭 조선호텔)이 선다. 

일제는 원구단을 말살함으로써 대한제국이 하늘과 소통하는 길을 차단했다. 사실 1945년 광복 후 일본에 의해 건립된 철도호텔 자리에는 지금의 웨스턴 조선호텔이 아닌 원구단이 복원되어야 했다. 

일원은 하늘이다. 원구단의 멸실을 보면서 ‘나라가 없으면, 하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원불교 교도들에게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조선호텔의 천구단 터를 추천하는 이유다. 
 

일원 71상(강강술래 상): 한국인은 일원의 춤을 춘다. 
한국의 춤은 일원을 그린다. 강강술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강강’은 전라도 지방의 방언으로 원을 뜻하는 ‘감감’의 후음이다. 술래는 수레, 순유, 순라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강강술래 놀이가 일원무(舞)인 만큼 그 어원 역시 일원과 관계있을 것이다. 일설에는 ‘술래’가 아니고 ‘수월래’라고도 한다. 하지만 느리고 또한 억지로 느린 진양조에 맞추기 위해서 수월래로 된 것이고, 술래가 원형이다. 

강강술래는 임진왜란 시 이순신 장군이 낸 술책이라고 한다. 마을의 부녀자들을 모아 남장을 시키고 옥매산의 중턱을 감싸듯 빙빙 돌게 했고, 이때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의 진영을 바라본 왜적들은 조선의 군사들이 끝없이 행군하는 것으로 착각해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났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원은 유한한 것 같으나 무한하고, 무한한 것 같이 유한성을 갖는다. 

또 오늘날 우리 춤의 상징으로서 전국적으로 보편화·일반화되고 국제적인 행사나 국내의 전국적 경축 행사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부채춤이 있다. 부채춤은 우리 가락의 멋과 흥에 어우러져 펼쳐지는 그 화려함과 다채로움으로 인해 국내외 무용인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다. 부채춤은 한복이나 당의를 입고 양손에 꽃 그림이나 깃털로 장식된 화려한 부채를 들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양을 구사하며 추는 춤이다. 부채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참가자들이 마지막에 함께 그리는 일원 춤이다. 

강강술래도, 부채춤도 그 클라이맥스에는 일원을 그린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일원 한국’을 의미한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11월 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