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초등학교의 어떤 교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종교에 해당되면 손을 들라”고 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 ‘성당’ 다니는 사람, ‘절’에 다니는 사람을 부르는 선생님 말에 친구들은 하나 둘 손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교당’은 불리지 않았다. “그때 원불교는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기타종교’였어요.” 

사실 원불교는 항목에 아예 없었던 시절. 하지만 한 소녀는 꿋꿋하게 손을 들고 기다리며 원불교라는 항목을 가정조사란에 만들어냈다. “이제는 원불교 칸이 생겼을거예요”라며 환하게 웃는 김정인 청년교도(효자교당)에게 원불교는 태어나면서부터 본 큰 ‘세상’이었다. 

어릴적 김 교도는 ‘약한 아이’였다. 예민하고, 마음속에 스스로 가시를 만들어내 스스로를 찌르는 아이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무서워했던 아이는 대학교에 입학하며 심도 깊은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법회 시간에만 교전을 읽다가 처음으로 스스로 법문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더니 법문 안에 그날 그날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있더라고요.” 법문 속 인과 한 구절, 이치 한 단락은 그를 ‘강한 어른’으로 성장케 했다. 
 
무엇보다 김 교도를 성장하게 한 힘은 책임감이었다. “원불교 대학생 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훈련을 기획하고 상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도 배웠지요.” 부모님을 따라서만 교당에 나가던 피동적인 아이는 다른 친구들을 교당에 오게 하는 법에 대해 연구하며 능동을 배웠다. 

지금은 원불교 청년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 머뭇거리다 나지막히 내뱉는 “사실 좀 서운하다”는 말조차 청년교화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청년교화가 중요하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대학생교화에 집중해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여기에는 “청년 상황에 맞춘 법회나 전국 대상 훈련이 더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었다. 이렇듯 그의 궁리 속에는 늘 원불교가 있다. “활력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청년들이 원불교를 알고 원불교의 활력을 일으키도록 노력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그에게 원불교는 ‘어른의 지혜’이자 ‘어른’ 그 자체다.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하잖아요. 저한테는 원불교가 딱 그래요.” 늘 자신을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따라 그도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2023년 11월 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