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써머즈] ‘프라하의 봄’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했던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에 대한 노력의 시기를 뜻하죠. 아쉽게도 1968년 1월 5일 개혁파 정치가의 집권으로 시작했다가 같은 해 8월 21일 다시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면서 끝났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7개월 만에 꺾인 셈입니다.

‘서울의 봄’이란 표현은 ‘프라하의 봄’으로부터 왔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김재규의 손에 의해 사망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로 끝난 것이라 생각했겠죠. 대다수의 국민은 독재가 끝나고 좋은 날이 오겠다고 기대했겠지만, 기존 권력에 가까이 있던 몇몇 사람들은 독재자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난 후 대한민국을 또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있을지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에 아쉽게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공중에 흩어지고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주축이 된 신군부 세력이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그렇게 광주에서의 학살이 시작되고 이후 9년 동안 박정희 이후로 또 한 번의 독재 정권이 집권하게 됩니다. 이 시기를 ‘서울의 봄’이라 칭하는 것이죠.

이 ‘서울의 봄’ 시기에 가장 임팩트가 큰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12·12 군사반란’ 사건일 것입니다. 박정희 사망 이후 당시 군부의 실세인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중심이 되어 이끌던 육군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 세력이 최규화 대통령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하며 벌인 하극상이자 예비 쿠데타를 벌인 것이죠. 이 사건 이후 다음 해 5월 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쿠테타가 완성됩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이 행해진 1979년 12월 12일 오후 7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9시간 동안의 반란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살짝 다른 이름을 달고 등장합니다.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은 전두광(황정민 분),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이태신(정우성 분),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정상호(이상민 분), 노태우 제9보병사단장은 노태건(박해준 분), 최규하 대통령은 최한규(정동환 분), 같은 식이죠. 여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그날의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허구를 곁들여 풀어내는 방식을 택합니다.

전작 <아수라>를 통해 사악한 세상에서 악인들이 펼치는 지옥도를 진하게 표현했던 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현재성’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가치관의 수준에 따라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벌이는 인간들이 있고, 그런 일은 미래에도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면서요.

/슬로우뉴스 전 발행인

[2023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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