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하 교무
이도하 교무

[원불교신문=이도하 교무] 한국의 종교현상은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종교학적으로도 특별하다. 그만큼 다른 데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우선 한국의 종교는 외래종교의 비중이 크지만, 한 종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한다. 불교와 기독교가 거의 대등한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도 세계적으로 흔치 않고, 석가탄신일이나 크리스마스가 모두 공휴일로 지정된 나라 역시 거의 없다. 
한국 종교의 또 다른 특징은 샤머니즘과 같은 고대종교로부터 불교, 유교, 기독교 등과 같이 중세-근대-현대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면서 여전히 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인종교’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 독특함이 한층 더하다. 한국의 메인종교는 신라시대까지는 샤머니즘이 중심이었고 고려시대까지는 불교가 거의 국교였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유교가 메인이 되었으며, 지금은 거의 기독교 국가와 같은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대략 500년 주기로 메인종교를 갈아치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한국인의 종교심성에 대해 ‘비종교적’이라거나 또는 지속적으로 통일된 메인종교를 가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현상이야말로 한국종교 즉, 한국인의 종교심성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특성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 종교의 이런 측면을 통해 종교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한·중·일의 종교현상을 비교하면 한국종교의 특성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다소 반종교적인 측면이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이나 또 다른 요인이든 간에, 특히 타인에게 교화하거나 대규모의 종교적 활동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태어나면 신사에, 결혼은 교회에서, 죽을 때는 절을 찾으면서도, 스스로 종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에 비해 한국의 종교현상은 탈종교적이면서도 통종교적이다. 3·1운동 당시의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통종교적 만세운동 결사가 그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원불교는 종교이면서 탈종교적인 일상혁명이자, 통종교적인 종교연합 운동에 대한 핵심교리적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극심해진 탈종교 현상에 대한 종교계 전반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한국인의 통종교적 종교심성은 종교의 미래에 대해 한국사회, 나아가 국제사회에 종교의 역할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2023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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