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단어, 카세트 레코딩.

그때 그 시절, 카세트 레코딩(요즘은 줄여 ‘카레’라고 한다는 걸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알았다)은 두 가지가 있었다. 일명 ‘카세트 To 카세트’와 ‘CD To 카세트’. 

카세트 To 카세트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아하는 노래 목록 선정하기. 심사숙고해서 카세트에 녹음할 10여 곡을 선정해야 하는 일도 고민이지만, 수고로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선정된 노래를 하나하나 다 모으는 인내의 쓴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드디어 대망의 녹음 날, 카세트 두 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하나는 녹음용, 하나는 노래 플레이용. 나만의 감성곡 테이프를 만들기까지 몇 시간쯤의 수고는 오히려 달갑다. 그렇게 내 감성이 얼마나 ‘절실’하고 ‘진심’이면서 ‘애절’한가를 대변하는 녹음테이프를, 내 인생 첫 워크맨에 꽂아 듣고 듣고 또 들으며 사춘기를 보냈다. 

그때 그 시절, CD 레코딩에 담긴 마음은 또 얼마나 ‘찐심’인가.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친구 덕에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시리즈별로 공 CD에 구워(레코딩)냈다. 음질이 좀 떨어지면 어떠랴. 애정 가수의 전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들고 다니던 시디 케이스. 당시 컴퓨터는 저장 용량도 작았고, USB라는 장치도 없었으니, 가장 유용하고 쓰임새가 있었던 음악 CD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던가.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그만큼 시대도 격변했다. 요즘 나오는 PC에는 CD-ROM을 아예 찾아볼 수 없으니, 새삼 다른 세대가 된 것 같은 마음 추스른다. 낙엽 지는 이 가을, 카세트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과 녹음 버튼을 동시에 눌러 녹음했던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되살린다. 

그대여, 나만의 감성곡 테이프와 CD를 가져보았는가. 

[2023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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