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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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해정] “어르신 잘 주무셨나요? 오늘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요즘 상담사로서 주 1회 어르신들이 계신 곳을 찾고 있다. 한 분 한 분 관심을 갖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신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노래와 손뼉을 치고 ‘엄지 검지’를 하는데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엄지’해도 엄지,‘검지’해도 엄지, 자세히 보면 어떻게든 검지를 하고 싶어하지만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떤 어르신은 엄지도 검지도 어려운지 계속 손뼉만 친다. 그러면서 활짝 웃을 때 아랫니가 다 빠져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어르신들은 다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오시기도 하고, 옆 사람이 부축해 상담실로 오시기도 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래상자치료는 회상작업을 통해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을 되살리는 인지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사실 어르신들 중에는 매주 만나는 나를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더러는 최근 기억보다는 옛 기억을 말씀하는데, 젊었을 때 애착이 있는지 그 기억만 몇 번씩 말씀한다. 

내가 “모래를 만져보세요”라고 하면 “떡가루같이 곱네요”, “친구들이 생각나요”라고 하기도 한다. 내 말을 잘 듣고 피드백하는 어르신도 있지만, 내가 물어야 겨우 말하는 어르신, 더러는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분도 있다. 모래상자꾸미기를 할 때 주제를 구조화해 말씀드리지만 “내 남편은 군인이었어”, “평생 일만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 등 그때그때 생각이 머무르는 대로 가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조금씩 나의 말을 더 듣기도 하고, 자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렸다가 말하는 등 상담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상담자로 매주 만나는 동안, 처음에는 얼굴 표정을 찡그리던 어르신이 차차 나를 알아보고 웃어주신다. 더러는 먼저 아는 체도 한다. 어떤 어르신은 “상담실에 다녀만 가도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신체의 각 부분도 노쇠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점차적으로 몸의 각 기능이 퇴화되고 성격도 변화되어 간다. 허나  노인을 더 이상 무능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인생의 마지막 발달 단계에서 성숙한 일생을 정리하는 유용한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 생애를 마치기까지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고 인생의 만족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 이는 결국 개인에게 주어진 발달과업을 성취하도록 하는 길이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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