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예능을 만나다 上
종교와의 거리 좁히고, 대중의 흥미는 높이고
요즘 예능 핫 키워드 ‘무해함’과 ‘착한 예능’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군대에서 고기반찬이 나오면 스님은 어떻게 해요?’, ‘원불교는 불교와 뭐가 달라요?’, ‘범죄자가 고해성사하면 진짜 말 못해요?’ 

맹랑하지만 한번쯤 성직자에게 해보고 싶었던 질문들. 이제 사람들은 예능을 통해 묻고 듣는다. 바야흐로 예능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요즘, 종교도 한 소재로서 예능에 안착했다.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다수의 수다’ 종교편은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원불교를 알린 대표 방송으로 회자된다. 당시 방송에서 4대 종교 성직자들은 “교회는 자영업, 불교와 천주교는 프렌차이즈, 원불교는 스타트업”이라는 찰떡 비유를 통해 해묵은 타종교 벽을 허물고 이웃이 됐다. 이후 만남중창단으로 거듭난 이들은 KBS 아침마당 등 각종 방송과 강연을 종횡무진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다수의 수다’ 종교편이 유독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뉴스로나 만나볼 수 있었던 무거운 분위기의 종교인들의 만남을 유쾌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데 있다. 특히 ‘종교인들은 속세에는 관심이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BTS를 좋아하는 교무님, 사찰의 와이파이시설을 자랑하는 스님 등 성직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대화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웃종교들보다 덜 알려져있던 원불교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교무님은 불교의 스님과 달리 결혼을 할 수 있다”, “교회가 자영업이라면 교당은 직영점”이라는 등의 정보를 대중에게 유쾌하게 각인시켰다. 

TV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포털 등에서도 예능을 제작하고 방영해 현대인들의 기상부터 수면까지 책임지고 있는 예능. 그 종류만 해도 관찰버라이어티, 리얼버라이어티, 쿡방(요리), 먹방, 여행버라이어티, 오디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한번 크게 웃고 마는 단순 재미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 3분도 길고 ‘15초 안에 웃기고야 말겠다’는 숏츠가 각광받는 시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예능 러닝타임인 1시간 이상을 사로잡으려면 1시간을 넘어 하루, 1주일, 혹은 1년이나 평생에 남을 메시지를 전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는 알쓸신잡, 신비한 잡학사전, 대화의 희열 등의 유익 예능 프로그램이 최다 시즌을 갱신하며 계속 이어지는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요즘 환영받는 예능들은 남을 비방하는 듯한 농담이나 위험할 것 같은 몸개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염려나 현 사회에 대한 걱정, 타인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힐링이라는 소재로 시청자의 ‘긍정에너지’를 자극하고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이른바 ‘착한 예능’이 예능판의 대세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지우 문화평론가는 “인류의 역사에서 현실을 잊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종교가 가졌다”며 “현생에서 복을 받거나, 천국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데다 재밌기까지 하면 누가 거부하겠나”라고 핵심을 짚었다. 착한 예능의 판도가 자연스레 ‘종교’를 향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다음 호에 계속)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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