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윤덕균

일원 72상(원음 상): 한국의 소리는 둥근 소리다. 
한국의 소리는 둥근 소리(원음)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악 연주인 사물놀이는 꽹과리·징·장구·북 등 4가지 악기, 즉 ‘사물’의 겉모양이 모두 일원상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 4가지 악기의 소리는 자연에서 따왔다. 꽹과리는 천둥소리, 장구는 빗소리, 북은 구름 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징은 바람 소리를 낸다. 
 

사물놀이 유래는 1978년 2월 유랑 남사당패 출신의 젊은 풍물놀이꾼들의 공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덕수, 김용배, 최태현, 이종대가 각자 1개씩의 타악기로 ‘웃다리(경기·충청) 풍물가락’을 발표했다. 공연이 끝난 후 관중들은 놀람을 넘어 어안이 벙벙해졌고, 자리를 뜨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2개월 후 제2회 연주(영남풍물 12차 36가락)가 있었고, 이날 공연이 끝났을 때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하며 민속학자 한 사람이 ‘사물놀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 후 새로운 예술 형태인 사물놀이는 온 나라로 퍼졌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진 수백 회의 공연에서도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자연의 소리 일원상 4개가 만들어 낸 한국의 소리, 둥근 소리, 원음이 세계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삼태극은 
공간 개념인 정적인 일원상과 
시간 개념의 동적 일원상의 결합체로 볼 수 있다.

일원 73상(태극 상): 태극을 말하는 나라는 많으나 국기에 사용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태극은 우주가 하늘과 땅으로 나눠지기 이전, 즉 음양이 대립적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즉 우주 만상의 근원이요, 인간 생명의 원천이자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한마디로 하면‘순환하는 생명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것으로, 동양철학에서 태극은 만물의 조화와 근원을 상징한다. 그래서 동양의 나라 중에는 태극을 말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태극을 국기에 사용한 나라는 오로지 한국밖에 없다. 
 

태극은 원래 중국에서 고안된 것으로 도교 수련자들에 의해 음양오행설과 더불어 만물의 근원 또는 궁극적 실체로 수용·발전돼왔다. 송나라 성리학자 주돈(周敦)에게 계승되면서는 후세 성리학의 우주론 형성에 결정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건국 설화와 고대 유물을 보면 한국에서 삼태극이 일상화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태극은 중국의 주돈이 ‘태극도설’을 내놓기 400여 년 전에 이미 한국에 있었다. 중국의 태극이 음과 양의 조화로 이뤄진 음양 태극론이라면, 한국의 태극은 삼태극으로 우주 구성의 기본 요소인 천·지에 인간을 참여시킨 점에서 구별된다. 인간을 삼재의 한 요소로 포함한 것은 ‘인간이 천지의 합체이고 소우주’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삼태극 일원상의 세 날개는 하늘·땅·사람이라는 우주의 대표적인 세 요소를 상징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것은 공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회전하는 모양은 움직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시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삼태극은 공간 개념인 정적인 일원상과 시간 개념의 동적 일원상의 결합체로 볼 수 있다. 한국이 바로 일원의 나라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중곡교당

[2023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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